나도밤나무 혹은 너도밤나무(수필)

우리는 밤나무가 되고 싶다.

by 묘길 조길상

나도밤나무 혹은 너도밤나무

율곡 아버지가 신사임당에게 장가를 갔는데 부인이 예뻐서 서당에 가지 않았다. 신사임당이 10년 공부를 하지 않으면 자살한다고 하여 절에 공부를 하러 갔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술집 주모가 동침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율곡을 가졌다. 율곡 아버지가 다시 그 술집에 가니 대인을 품었기에 동침을 요구했다고 술집 주모가 말했다. 주모는 자기 몸에서 태어나면 대국 명현이 되고, 신사임당 몸에서 태어나면 소국 명현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율곡은 일곱 살 때 호식(虎食) 갈 운을 타고났다고 했다. 그리고 호식을 면하기 위해서는 밤나무 백 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했다. 율곡 부친이 밤나무 백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얼마 후 중으로 변신한 호랑이가 와서 헤아려 보니 아흔 아홉 그루였다. 그 때 차나무가 나서며 ‘나도밤나무’라고 하여 백 그루가 되었다. 그래서 율곡은 호식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이의 당호를 율곡(栗谷)이라고 했다. (구비문학대계 9-2 제주제주시 양형희/남/65 1980)

사람은 말을 한다.
사람만 말을 한다.
사람의 말은 의도를 담고 있다.

위의 이야기는, 등장인물과 등장인물이 한 말을 정리하면 그 의미가 밝혀질 것이다. 사람은 말을 한다. 물론 사람만 말을 한다. 그리고 사람의 말 속에는 의미, 의도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이야기는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이 있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은 의미, 의도를 담아서 전승하게 된다.

등장인물을 정리하면, 율곡 아버지는 부인이 예뻐서 서당에 안 간 사람이다. 서당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다 주모의 동침 요구를 거절한 사람이다. 주모와 동침을 거부한 이유는, 부인을 예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밤나무를 백 그루를 심어야 하는데 한 그루를 부족하게 심은 사람이기도 하다. 이것은 자식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도 치밀하게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신사임당은, 예쁜 사람이며, 남편을 10년 공부시킨 사람이며, 소국 명현을 낳은 사람이다. 신사임당이 예쁜 이유는 무능력한 남편을 공부시켰기 때문이며 소국(우리나라)의 명현인 율곡을 낳았기 때문이다.

주모는, 대인을 낳기 위해 율곡 부친과 동침을 요구한 사람이며, 율곡이 7살 때 호식갈 것을 예언하고 호식을 막을 수 있는 방도를 제시한 사람이다. 주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예언자적 풍모를 지니고 있다. 트릭스터(Trickster)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대인을 낳기 위해 동침을 요구하고, 율곡이 호랑이에게 잡혀갈 것이라는 것을 예언하고, 호환을 막을 수 있는 방도까지 제시를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신적인 능력을 보유한 인물인 것이다. 신사임당이 낳은 율곡은 소국 명현이고 자기 몸에서 태어나면 대국 명현이 된다는 생각은, 율곡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임진왜란을 막지 못 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이 될 것이다. 율곡의 능력이 대국 명현 정도가 되었다면 임진왜란을 충분히 막을 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이다.

중은, 호랑이이며, 차나무가 “나도밤나무”라고 말하자 사라진 사람이다. 여기서 호랑이는 율곡을 잡아가려는 재액이다. 현대에도 비디오에 호환과 마마가 등장한다. 현대의 비디오에 등장하는 호환은 생물학적 호랑이가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나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위의 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도 이와 같다. 호랑이가 7살 때 율곡을 잡아가려고 오는 것은, 사람은 7살쯤 되어야 그 사람의 장래 능력을 판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7살 이전까지는 동물의 상태로 살아간다. 그러므로 호랑이는 율곡의 탄생 후 7살 때 능력을 판단하러 오는 것이다. 호랑이가 해치고자 하는 대상은 완전하지 못한 부족한 사람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완전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호랑이는 완전한 사람은 해칠 수가 없다. 호랑이가 밤나무를 헤아리는 것은 사람의 능력을 따져보는 것과 같다. 율곡의 능력이 완전해야 임진왜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나무도 말을 할 줄 알기 때문에 사람이다. 사람만 말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차나무는 ‘나도밤나무’라고 말을 해서 율곡을 살린 사람이다. 그러므로 율곡은, 차나무가 ‘나도밤나무’라고 하는 바람에 살게 된 사람인 것이다. 차나무는 그냥 평범한 나무이므로 평범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를 살아가던 백성인 것이다. 그리고 차나무가 사람이므로 밤나무도 사람이다. 밤나무는 율곡의 호와 관련이 된다. 율곡은 밤 율(栗)자와 골 곡(谷)자를 쓴다. 그러므로 ‘나도밤나무’는 ’나도율곡‘이라는 말이다.

평범한 백성인 차나무가 ’나도율곡‘이라고 말을 해서 율곡을 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율곡 이이는 조선의 미래를 깊이 염려한 훌륭한 학자이자 정치가였다. 그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만 10년 전인 선조 15년 네 가지 시폐에 대한 상소인 <경장봉사(更張封事)>를 올려 당시를 일대 경장이 필요한 시기라며 대대적인 개혁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이는 이외에도 선조 7년(1574)에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를 비롯해 선조 16년(1583) 병조판서로 재직할 때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군사문제에 관해 진언했다. 군사문제에 관한 율곡의 진언은 대부분 백성들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군사문제도 해결된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대대적인 개혁을 실시했다면 조선은 임진왜란 때 그토록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

그러므로 일반 백성들은 율곡의 생각에 동조한다는 뜻으로 ‘나도밤나무’ 즉 ‘나도율곡’이라고 한 것이다. 물론 율곡은 한계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율곡의 탄생에서 율곡의 아버지는 밤나무 심기를 한다. 밤나무는 율곡이므로 율곡의 아버지는 율곡 심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율곡의 아버지는 율곡을 백 퍼센트 심지는 못하고 구십구 퍼센트만 심었다. 즉 율곡은 완벽한 영웅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탄생한 것이었다. 이것은 율곡이 소국 명현으로 태어나서 자신의 뜻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임진왜란에서 백성들이 당한 고통은 엄청난 것이었다. 율곡은 완전한 성현으로 탄생을 한 것이 아니라 호랑이에게 잡혀갈 뻔한 인물이지만 백성들은 율곡의 생각에 동조하고 ‘나도밤나무’ 즉 ‘나도율곡’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나도율곡’에 의해서 율곡은 완전한 영웅이 되고 임진왜란의 고통을 당한 백성들의 고통도 치유되는 것이다.

나도밤나무가 되고 싶다.
너도밤나무가 되고 싶다.
그리하여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고 싶다.
우리는 모두 밤나무가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율곡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