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수필)

오감도

by 묘길 조길상

미쳐야 미친다 - 오감도

우리 학교에는 훌륭한 선생님이 많이 계신다. 바른 생활을 하는 훌륭한 학생이 되도록 말씀을 하시고, 바른 생각을 하는 훌륭한 학생이 되도록 끝없이 말씀을 하신다. 학교의 말씀은 교훈이고, 학급의 말씀은 급훈이다. 학교는, 민주시민의 역량을 키우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그리고 학급 담임은 급훈을 정해서 급훈처럼 되라고 말씀을 하신다.

우리 반 급훈은 ‘긍정적 언행’이다. 긍정적인 말과 행동이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 올 것이라 생각하여 내가 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긍정과 부정은 둘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다. 긍정을 강요하면 부정이 된다는 사실을 통해서 이런 점을 알 수 있다. 내가 학생들에게 긍정적 언행을 강요하면 학생들은 긍정적 언행을 부정하고 반기를 들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에게 강요를 할 필요는 없다. 그냥 권유를 할 뿐.

우리 학교의 급훈 중에 “미쳐야 미친다.”라는 급훈이 있었다. 참으로 재미가 있는 급훈이다. 그런데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두 번 미쳐서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자는 뜻일까?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은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면 다른 의미가 생겨나기도 한다.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한다.’, ‘놀려고 하면 놀고, 공부를 안 하려고 하면 안 한다.’ 등의 말을 중심으로 같은 말의 반복이 형성하는 의미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고 이렇게 하면 된다. 놀려고 하면 놀고, 공부를 안 하려고 하면 공부를 안 하면 된다. 그런데 하면서 안 하거나, 안 하면서 하면 괴롭다. 공부를 하면서 엉뚱한 생각을 하면 공부를 안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공부를 안 하면서 공부 걱정을 하면 이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러므로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사람의 일이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공부를 하기 싫은데 해야 하고, 놀고 싶은데 공부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를 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놀고 싶으면 놀면 된다.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고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고’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의 방법을 사용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의 의미는, ‘하기 싫더라도 참고 해라.’ 또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해라.’ 등으로 생각할 수 있다. 죽기보다 싫은 일이지만 할 수 없이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더군다나 피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해야 한다. 그래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좌우명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피할 수 없어서 즐기기 때문에 상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사람의 일은 모두 하는 것이다.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한다’에서 ‘하면 하고’는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한다’에서도 ‘안 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하고 안 하고’를 스스로 구분하여 ‘하고’를 하거나 ‘안 하고’를 하면 상쾌할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무엇이 급한 일인지 따져서 ‘하면 하고’를 하거나 ‘안 하면 안 하고’를 하자.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은 ‘하면 한다’와 관련이 된다. 이 말은 ‘열심히, 미친 듯이 어떤 일을 하면 열심히 한 결과에 이른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의 일은, 어떤 일에 몰두하여 미친 듯이 그 일을 할 때, 일의 완성도가 높아서 찬란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미친 듯이, 몰아(沒我)의 경지에서 일을 하지 않고 어떤 일을 하면서 하기 싫은 마음이 생기면 그 일의 결과는 한 듯 안 한 듯하여 처량한 꼴이 되기 쉽다. 공부도 그런 것이다. 공부를 미친 듯이 하면 그 결과는 능력 이상의 좋은 결과에 이를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말하기를,

“어머, 미쳤나봐!”
“어머, 미쳤나봐!”
“어머, 미쳤나봐!”

이상의 시 [오감도]에도 같은 말의 반복을 통해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기법이 들어 있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위의 시에서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 하는 아해’는 ‘무서운 사람과 무서워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과 행복해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무서움이 많은 사람은 무섭게 행동을 하고,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행동을 한다. 그러므로 무서운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을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을 해야 한다. 행복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행복을 나누어 달라고 애걸해야 할 것이다.

위의 시에서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 하는 아해’는 1인이라도 좋고, 2인이라도 좋다. 그러므로 ‘무서운 사람과 무서워 하는 사람, 행복한 사람과 행복해 하는 사람’도 1인이라도 좋고, 2인이라도 좋다.

나는 학생들에게 무섭게 대하지 않는다. 무서운 사람은 무서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고.
모든 것은 내가 한다.
모든 것은 내가 한다.
모든 것은 내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