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면 쓸쓸하고, 쓸쓸하면 쌀쌀하고
쌀쌀함과 쓸쓸함 - 쌀쌀하면 쓸쓸하고, 쓸쓸하면 쌀쌀하고
지난 여름 무더위는 어디로 갔는가? 지금의 추위는 어디에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난 것인가? 날씨가 쌀쌀하니 기분이 쓸쓸하다. 그리고 고독하다. 쓸쓸한 기분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난 것일까? 김모 선생님은 쌀쌀해지니 몸이 근지럽다고 한다.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체질이란다. 추위는 문제가 아닌데 근지러움 때문에 겨울이 싫단다. 오늘도 베이비 로션을 가지고 와서 몰래 바르고, 또 남몰래 살짝 근질고 있다. 희한(稀罕)하다.
지난 여름 에어컨을 강하게 틀고 터널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쓸쓸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쓸쓸함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니 무더위가 옴 몸을 감싸면서 쓸쓸함도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아하, 쌀쌀해지면 쓸쓸해지는구나.
쌀쌀함과 쓸쓸함은 어떤 관계일까? 언어학적으로는 모음 하나 차이이다. 모음은 음운이다. 그리고 음운은 뜻을 구별시켜 주는 소리의 단위이다. 그러면 쌀쌀함과 쓸쓸함을 구별시켜 주는 단위는 무엇일까? 쌀쌀하면 쓸쓸해지고, 쓸쓸하면 쌀쌀해지는 것일까?
아마도, 쌀쌀하면 쓸쓸해지는 것이 아닐까? 쌀쌀함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피부가 어떻게 수용하고, 수용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기에 쌀쌀함과 쓸쓸함이 연관되는 것일까? 쌀쌀함은 감각이고 쓸쓸함은 감정이다. 그러면 감각과 감정은 어떻게 관련되어 있을까? 따뜻한 방에서 배를 깔고 책을 읽으면 따뜻한 감정이 생기는가? 따뜻한 감정으로 책을 읽으면 따뜻한 감각이 생기는가?
‘감각(感覺)과 감정(感情)의 관련성’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연구대상이었다. 그래서 정리한 것이 다섯 감각이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과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이 있다. 여기서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은 감각기관이다. 그리고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은 감각기관의 작동의 결과이다. 인도 사람들은 인간의 감각으로 여섯 가지를 말하고 있다. 감각기관으로 육근(六根, 眼耳鼻舌身意), 감각기관의 작동의 결과로 육경(六境, 色聲香味觸法)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육근(六根)과 육경(六境)은 무상(無常)한 것이니 집착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인도 사람들은 왜 육근(六根)과 육경(六境)을 부정했을까?
감각기관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은 생물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쓸쓸해지는 온도와 습도는 어느 정도인지 실험과 관찰을 통해서 일반화한 법칙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궁금하다. 사람은 어느 정도의 온도와 습도일 때 쓸쓸해지는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과학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생물 선생님의 과학적 탐구 정신을 기다린다.
아마도 감각의 결과가 감정일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감각은 한계성을 가진다. 우리의 시각은 맹점이 있다. 그리고 자외선과 적외선은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의 청각도 가청권이 있다.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것은 무한하다.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도대체 인간의 감각은 믿을 것이 못 된다.
얼마 전 화장실에서 생물학적 본능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변냄새가 심했는데 어느 순간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후각이 마비된 것이다. 이처럼 감각은 우리를 속인다. 시각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참 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잘 생긴 남자’, ‘예쁜 여자’도 자꾸 보면 ‘잘 생긴과 예쁜’은 사라지고 그냥 ‘남자와 여자’가 된다.
‘잘 생긴과 예쁜’은 감각의 결과인 감정이다. 그리고 쓸쓸함은 쌀쌀한 감각의 결과인 감정이다. 감각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그리고 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감정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그리고 변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감각과 감정에 이끌려 살아간다.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고 육근(六根)과 육경(六境) 사이에서 찰나(刹那)를 방황하는 육식(六識)으로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