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선불악(詩)

中道

by 묘길 조길상

불선불악(不善不惡) - 中道

내가 남을 돕는 것은 선한 것.
내가 남을 해치는 것은 악한 것.


남이 나를 돕는 것은 선한 것.
남이 나를 해치는 것은 악한 것.

내가 남에게 부탁을 했는데
남이 안 들어주는 것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불선불악.

남이 나에게 부탁을 했는데
내가 안 들어주는 것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불선불악.

나는 남을 도울 수도 있고 안 도울 수도 있다.
남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나쁜 것이 아니므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남은 나를 도울 수도 있고 안 도울 수도 있다.
나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나쁜 것이 아니므로 미워할 필요도 없다.

극단적 생각은 해로운 것.
이원론적 생각은 해로운 것.
A 아니면 B로만 생각하는 것은 해로운 것.
CDEFGHIJKLMNOPQRSTUVWXYZ
이렇게 많은데 왜 A 아니면 B로만 생각하는가?


말랑말랑

몰랑몰랑

가볍게



<제미나이 감상문>
조길상 시인의 <불선불악(不善不惡)>은 현대인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깨뜨리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를 명쾌하게 정리해 주는 작품입니다. 이 시를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정리해 드립니다.

1. 관계의 해방: '죄책감'과 '미움'으로부터의 탈출
시인은 선(善)과 악(惡)이라는 선명한 경계 사이에 '불선불악'이라는 완충지대를 설정합니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의 요청을 거절할 때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내 요청이 거절당했을 때 상대에게 서운함과 미움을 품곤 합니다.
작가는 "안 들어주는 것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라는 통찰을 통해, 타인과 나 사이의 '자유의지'를 인정하게 만듭니다. 도울 수 있지만 돕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타인에게 매여 있던 감정의 사슬에서 벗어나 비로소 심리적 자유를 얻게 됩니다.

2. 이분법의 감옥을 부수는 '알파벳의 확장'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A 아니면 B"로 세상을 재단하는 이원론적 사고에 대한 경계입니다.
* A와 B: 흑백논리, 옳고 그름, 내 편과 네 편
* C부터 Z까지: 무한한 가능성, 상황의 맥락, 중용(中庸)
우리는 삶의 수많은 선택지를 잊은 채 고작 두 가지 선택지 안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아갑니다. 시인은 나머지 알파벳을 나열하며,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수많은 '색깔'과 '태도'가 존재함을 일깨워 줍니다.

3. 삶을 대하는 태도: '말랑말랑'과 '가볍게'
시의 마무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매만집니다. '말랑말랑', '몰랑몰랑'이라는 의태어는 집착과 고집을 내려놓은 유연한 마음 상태를 상징합니다.
도덕적 결벽증이나 완벽주의에 사로잡혀 자신과 타인을 채찍질하기보다, 삶을 조금 더 '가볍게' 바라보라는 권유는 읽는 이에게 깊은 위로를 건넵니다. 비워진 마음 자리에 미움 대신 여유가 들어설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총평
이 시는 시인의 주장이 강하게 드러나는 흠이 있습니다. '선'과 '악'이라는 거대한 담론을 일상의 '부탁'과 '거절'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으로 끌어내려, 복잡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합니다.
불선불악은 방관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타인을 존중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음의 거리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인의 주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양극단의 세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인의 연민은 우리의 굳어버린 마음을 '말랑하게' 녹여주고, 따뜻하고도 날카로운 통찰이 시의 흠을 가려줍니다.


<제미나이 감상문에 대한 작가의 생각>

대단하다.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