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칼파 제국의 탄생과 번영
칼파제국연대기
3. 칼파 제국의 탄생과 번영
수천수만 년이 흘러 인류는 육체에 완벽히 적응했으며 행성 테라에서 '달콤한 땅(Terra-Sweet)'을 먹으며 긴 세월을 살았다. 행성의 달콤한 땅은 아름답고 향기롭고 순수한 맛으로 사람들을 유혹했으며, 모든 사람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었다. 모든 사람들이 감각적 욕망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인류는 노동 없이 얻은 달콤한 땅을 먹으며 수천수만 년을 살았다. 이렇게 살던 어느 날 육신을 가진 이들은 서로의 외모를 질투하며 비교하기 시작했다.
"로자, 네 피부는 왜 그렇게 거칠어? 나처럼 매끄럽지 못하고."
사나가 거만하게 말했다. 가모도 그런 사나를 보며 질투의 불꽃이 타올랐다. 로자와 가모, 사나의 마음속에 '우월감과 열등감'이라는 바이러스가 퍼지자, 행성의 달콤한 땅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인간들은 직접 땅을 일구고 먹거리를 경작하는 노동을 해야 했고, 땅의 소유를 주장하며 경계를 세워야 했다. 사나는 자신의 매끄러운 피부를 자랑하며 거만을 떨었고, 가모는 더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쳤다. 자만과 거만이 세상을 덮치자 달콤한 땅은 자취를 감췄다. 이제 인류는 직접 땅을 일궈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결핍의 시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결핍의 시대에 가모는 타인의 쌀을 훔치기 위해 무기를 들었고, 사나는 혼란을 수습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육체를 유지하기 위한 감각적 욕망은 ‘악한 마음, 의심, 두려움, 후회, 게으름’ 등의 ‘마음의 장애’를 불렀고 ‘욕망의 빅뱅’이 인류의 의식을 파괴했다.
욕망의 빅뱅은, ‘자기를 칭찬하고 남은 비방하고, 분노하고 분노에 지배되고, 분노하고 분노를 원인으로 적개심을 가지고, 분노하고 분노를 원인으로 고집을 부리고, 분노하고 분노에 찬 말을 내뱉고, 책망을 듣고 책망하는 자에게 대항하고, 책망을 듣고 책망하는 자에게 언짢아하고, 책망을 듣고 책망하는 자에게 말대꾸하고, 책망을 듣고 그 책망을 발뺌하면서 주제를 바꾸어버리고, 성내고 불만을 드러내고, 모욕하고 얕보고, 질투하고 인색하고, 속이고 사기치고, 완고하고 거만하고, 자기 견해를 고수하고 굳게 거머쥐어 그것을 쉽게 놓아버리지 못하고, 살기를 느끼고 남을 해치고’ 등으로 행성 전체에 전염병처럼 퍼져버렸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가장 강직한 로자를 찾아가 간청했다.
"로자여, 우리에게 법을 주소서. 당신이 우리의 방패가 되고 심판자가 되어주소서."
가모는 처음으로 땅에 선을 그었다. 사유 재산의 탄생이었다. 곧이어 남의 쌀을 훔치는 자들이 생겨났고, 거짓말과 폭력이 난무했다. 가모는 가장 먼저 저장고를 짓고 무력을 행사한 인물이었다. 그는 밤마다 남의 구역에 침범해 쌀을 훔쳤고, 이를 지적하는 자들을 몽둥이로 내쫓았다. 사람들은 처음 겪는 폭력과 기만 앞에서 공포에 질렸다.
"이건 내 노동의 대가다!"
가모의 외침은 인류 최초의 이기주의적 선언이었다.
그리고 결핍의 시대에 사람들은 각자의 집을 짓게 되었다. 오랫동안 땅에서 나는 쌀을 먹으며 살게 된 인류는 몸이 더욱 견고해졌으며 ‘아름답고 추한’ 용모가 드러났고 성기가 생겼다.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지나치게 골똘히 생각하자 애욕이 생겼고, 몸에는 애욕으로 인한 열이 생겨났다. 그들은 애욕의 열 때문에 성행위를 하게 되었고, 그들은 부정을 가리기 위해서 집을 짓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집에 쌀 저장고를 두고 욕심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지혜로웠던 사나는 이 혼란을 말로 해결하려 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서 타협안을 제시했다.
"가모, 네가 남의 쌀을 훔치면 결국 모두가 굶주리게 돼. 우리 함께 나누자."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는 무의미했다. 탐욕에 눈이 먼 이들에게 사나의 논리는 약자의 비명으로만 들릴 뿐이었고,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로 변해갔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가장 강인하고 공정한 로자를 지도자로 추대했다. 그들은 로자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최초의 사회 계약'을 제안하였다. 로자는 최초의 황제가 되어 법을 세웠으며 칼파(Kalpa) 제국의 탄생을 우주에 선포하였다.
황제 로자는 법을 어긴 자에게 화를 낼 수 있고, 비난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공동체에서 추방할 수 있는 위임된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수확한 쌀의 6분의 1을 로자에게 세금으로 바쳐, 그가 통치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었다. 로자는 이 제안을 수락하며 선포하였다.
"나는 이제 개인의 로자가 아니라, 법의 화신으로 거듭나겠다."
"나는 칼파 제국의 번영과 정의를 위해 헌신하겠다."
로자는 효율적인 제국 운영을 위해 사회를 네 가지 시스템으로 구조화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인류 문명의 뼈대가 되었다.
첫째, 로자를 필두로 법을 집행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경계를 지키는 전사 집단을 두었다. 전사 집단은 행정과 국방을 담당하였다.
둘째, 가모의 탐욕을 목격한 자들 중 일부는 ‘악을 없애겠다’며 숲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명상을 통해 잃어버린 광음천의 기억을 되살리고 지식을 보존했다. 이들은 우주의 원리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셋째, 사나를 중심으로 정착하여 농경을 발달시키고, 물자를 교환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시민 계층을 두었다. 이들은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였다.
넷째, 거친 일을 맡아 문명의 물리적 기반을 닦는 이들을 두었다. 이들은 노동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효율적인 제국 운영을 위해 사회를 네 가지 시스템으로 구조화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예술가라 불리며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예술가들은 ‘자외선 우주’에서 하강한 영혼들이었다. 이들은 가시광선의 배경이 되는 자들이었다. 예술가들이 없어지면 우주도 존재할 수가 없었고, 칼파 제국도 존재할 수가 없었다. 예술가들의 막강한 힘은 가시광선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의 힘’이었다.
제국이 형성된 후, 로자는 첫 번째 판결을 내리게 되었다. 범인은 친구였던 가모였다. 가모는 여전히 남의 경계를 침범하고 있었다. 로자는 눈물을 머금고 판결했다.
"가모, 너는 공동체의 약속을 깼다. 네가 훔친 분량의 세 배를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한 달간 성 밖에서 자숙하라."
이 판결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사법 집행'이었다. 로자의 엄격한 통치 아래 무법천지였던 행성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로자는 알고 있었다. 법은 최소한의 울타리일 뿐,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탐욕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로자가 세운 이 최초의 제국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수천수만 년간 번영했다. 로자는 칼파 제국을 오랫동안 통치하였다. 로자 황제에게는 ‘우주에서 내려온 황금 수레바퀴, 하늘을 나는 거대한 흰 코끼리, 하루에 전 세계를 돌 수 있는 신비로운 말, 밤을 낮처럼 밝히고 소원을 들어주는 영롱한 구슬,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운 왕비, 국가의 재정을 풍부하게 관리하는 큰 부자, 지략과 용맹을 갖추어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 등 7가지 보물이 있었다. 로자 황제는 ‘황금 수레바퀴’를 굴려서 무력이 아닌 법으로 세상을 다스렸다.
로자 시대에 인류의 수명은 200살, 400살, 800살, 2만 살, 4만 살 이렇게 늘어났으며 초고도 문명을 이룩한 인간의 수명은 8만 4천 살에 이르렀다.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 살에 이르렀을 때, 인류의 몸은 진화를 거듭하였고 질병이 사라져 병원과 의사가 필요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영혼이 투명하고 순박하여 스님들과 목사님들의 위로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교회와 절도 사라졌다. 그리고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이 사라졌기 때문에 검사와 판사도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돈을 받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였기 때문에 은행과 돈도 필요가 없었다. 어떤 것이 필요하면, 텔레파시로 발신을 하게 되고 텔레파시를 수신한 사람 중에서 누군가가 와서 무보수로 도와주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서로서로 도왔다. 그래서 선동질을 일삼는 정치인도 사라졌다. 그리고 여자는 500살이 결혼 적령기였으며, 그들의 도시는 닭이 날아가서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촘촘히 연결되었고, 질병과 굶주림은 옛 전설이 되었다. 그리고 인류는 온 우주를 여행하며 다른 행성의 진화를 돕는 역할을 하였다. 인류는 소유의 삶에서 벗어나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