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부에 욕심을 내보았어요!" - 학생의 말
인천과 용인을 왔다갔다하며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느라 글을 쓸 시간도 참 부족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생각과 일상을 정리하고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지만요. 퇴근하는 데 2시간, 2시간 30분이 걸리더라도 운동은 꾸준히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을 게을리했으니 아무래도 운동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10년을 넘게 운동을 해왔으니 이제는 삶의 루틴이자 일상인 저에게 글쓰기보다 더 중요한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글쓰기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가르치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역사 시험이 있던 날입니다. 수업 때 '조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는 것은 안 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할 때 하고 놀 때 놀자.', '말하는 대로 된다.' 등 여러 잔소리를 늘어 놓는 '젊은 꼰대' 선생님이지만 그만큼 수업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아이들이 원하는 성과를 이루었으면 하는 것은 언제나 진심입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친 보람이 없진 않았던 시험 결과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평가 결과는, 교사 한 사람에게는 한 줄로 요약되는 것처럼 보이는 짤막한 결과이지만 사실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들여다보면 결코 간단하게 정리되지 않는 결과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 어떤 수업을 더 계획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하고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줘야하는지 등 다양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매번 평가를 진행하면서 교사 스스로가 부족함을 느끼고, 더 의미 있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학생들입니다.
올해 만난 아이들은 교사에 대한 애정이 참 남다릅니다. 애교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원하는 것도 많지만 결코 선을 넘으려 하지 않는, 순수한 아이들입니다. 매년 만나는 아이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아이들입니다. 올해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는 공부에 대해 욕심도, 동기도, 이유도 찾지 못해본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와 평가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서로 노력하면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닿았는지 학생들이 등교하면서도 역사를 공부하는 진풍경을 교문에서부터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저에게 눈물이 맺힌 채 시험지를 들고 찾아와 이야기했습니다. "저 살면서 이렇게 공부에 대해 욕심을 내 본적이 없어요 선생님!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정말 노력 많이 해봤어요! 지난 번까지 봐온 시험 성적 중에 가장 높은 점수에요!" 아이의 눈에 맺힌 눈물은 후련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듯했습니다. 하마터면 제가 그 눈물에 전염되어 같이 눈이 시큰거릴 뻔 했지요. 그 아이는 교사의 보다 많은 사랑과 관심, 응원과 격려, 그리고 자신의 기분에 대한 공감이 더 필요했던 아이였습니다. 할 줄 아는 것이 잘 들어주는 것밖에 없어 아이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제법 많았던 것이 아이로부터 이런 고마운 말과 마음을 전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 때가 많아도 교사에게 학생은 언제나 힘이 되고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교사로서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이런 고마운 기억들을 더 많이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따뜻하게, 포근하게 품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