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조직의 장을 보좌하는 자리에서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들 중 가운데 하나는 이 분이 평소에 어떤 글을 읽으시고 말씀과 생각을 하시는지 엿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 또한 내가 모시는 분께서 강력 추천하셔서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일본인으로서 한국에서 8년간 철학을 공부하면서, 한국과 한국인을 하나의 명쾌한 논리로 설명하겠다는 나름의 야심찬 생각을 갖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 하나의 논리는 바로 리기(理氣)론인데, 리는 보편적 규범이자 도덕성, 기는 물질성으로 규정한다. 기는 다시 맑은 기와 탁한 기로 구별되는데 "나"가 맑은 기를 더 많이 갖게 되면 "님"이 되고, 탁한 기가 많아지면 "놈"이 된다고 저술한다.
또한 저자는 한국인은 "있어야 할 자리"와 "지금 실제로 자신이 있는 자리"와의 거리를 줄이려고 항상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 하면서, 그 사이의 간극이 "한"으로 표출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리기론적 접근법이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저자가 하나씩 예를 들면서 본인의 리기론을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특히 이해가 잘 된 구절이 있다. 부자들이 취미로 치는 골프는 '기의 스포츠'로 타인의 지탄을 받는데 박세리라는 선수는 골프를 민족의 스포츠, 즉 '리의 스포츠'로 탈바꿈시켰다는 설명이 와닿았다.
물론, 저자의 관찰은 1990년대 부터 IMF 전까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바를 책으로 쓴거라 이후 IMF 등과 같은 나라를 뒤흔든 사건 이후의 한국의 모습까지는 반영이 안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번역서가 나온 시점(2017년)에 쓴 추가 서평에서 한국을 "리기론"이라는 하나의 철학으로 바라보는 본인의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1) 리가 세분화 되었고, (2) 전통적인 리의 각축이 더욱 심해졌다는 것 외에는 책을 집필했던 1997년과 지금(2017년)과 큰 차이는 없다고 강조한다.
본인은 주자학, 성리학에 대해 문외한인지라 책 초반에 리기론을 설명할때 이해에 어려움이 있었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백프로 책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시원시원하게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설명하는 저자의 작법이 마음에 들었다. 가끔은 시니컬한 어조로 "이래서 한국은 이렇다"라는 표현을 읽고 발끈하기도 했지만, 또 무서우리만치 정확한 관찰이라 소름이 돋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자들 중에 일본에 대해 일본인이 보았을 때 무릎을 탁 칠만한 일본을 관찰하는 책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