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유리창이 깨지는 것처럼 찰나의 순간을 수없이 많은 각도에서 담아낸다. 파편이 흩어지는 순간, 우리는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다각적인 시선으로 쪼개진 무수한 조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들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이미지를 다루게 되면서 결국 새로운 이미지로 완성된다. .
한수영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분해와 재구성을 거듭하며 기억의 다층적인 본질을 탐구한다. 그의 화면 속에는 마치 깨진 유리창에 반사된 장면들이 또 다른 질서를 찾아가듯, 조각난 기억들이 모이고 흩어지며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유동적인 이미지들, 사라지는 동시에 새롭게 드러나는 이미지들이다.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이지만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것이 더 이상 하나의 단일한 기억이 아니라 여러 겹의 시간과 감각이 중첩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파편화된 기억은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며, 그 순간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을 조각하고 재구성하게 된다.
조각된 순간의 기억은 한수영 작가가 포착한 기억의 단편들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조형적 질서를 보여준다. 이는 결국 우리의 기억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변화하는 유기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작가가 구축한 화면 속에서 우리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면들을 마주하며, 자신의 기억 속 이미지들을 다시 한번 재구성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은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처럼 색이나 형태와 같은 구체적인 단서들을 쫓는 과정이 필요하다. 익숙해 보이는 이미지들이 기억 속에서 점차 다른 방식과 새로운 맥락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시각적 경험은 개인의 기억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되는 기억의 층위들을 탐구하게 한다.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중첩된 이미지들은 고정된 시간과 공간을 가리키기 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생하는 기억의 단서들 즉, 정해진 시간과 공간으로 해석되지 않는 유동적이고 서로 맞물려 동시에 사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 마치 거울 속 반영처럼, 기억의 시. 공간은 물리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그것이 찰나가 되었든 아주 길고 먼 시. 공간이었든 우리의 기억은 그것을 현재에 맞게 재구성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본 전시를 통해 관객들은 기억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파편화된 기억들을 새롭게 조합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각된 기억들이 새로운 형태를 이루는 순간, 우리는 기억이 단순히 과거의 시. 공간의 잔상이 아니라, 현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과정임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