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거침없이 내리고
바람이 무서워지던 밤
간단하게
라면이랑
김치와 밑반찬까지
정확하게 이만이천오백원어치를 샀다
라면을 끓이고
충분히 먹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 한시간 안돼
나는 배가 고팠다
정확하게는
몸과 마음이 허전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보고 느껴도
채울 수 없는 것
그건 역시
너의 말 한마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 있니,
밥은 잘 먹고 다니는 거야..
그 말이 없는 지금
난 배가 고프다
시를 쓰는 큐레이터 임대식입니다.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린 작가들의 감수성과 소통할 수 있는 시와 평론글을 쓰고자 합니다. 어렵지 않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순간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