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

by 카이로스 장달식


카이로스

장 달식


안개 흐릿하여 밝음 희뿌연 여명의 시각에

가녀린 빛 한줄기를 메고

저기 먼 능선을 건너오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멀찍이엔 그대가 서있고

가까이엔 내가 섰는데

우리 사이는 너무도 멀다.


우리들이 펴놓은 흰 장막엔 안개 내려 스러진다.


이슬 자욱한 후 그 위에 시린 손들을 모아

북방 눈 속을 타는 장작불로

참 따사로움의 맛을 느껴보자.


시린 것이 그대의 손만 이런가... .


마디마다 얼룩진 눈물 자욱이

한 아이를 낳는 열 달의 고통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오늘은 내가 가야할 길이 여기에 있고

내일은 그대와 한길 위에 서야하는 까닭이라.


우리는 무엇인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줄 알았는데

한 수레를 타버린 말을 몰랐던 나그네들.


나그네의 길이 이런 것이지...


눈망울 적시던 이슬 자욱을 닦아내며,

환도뼈에 흐른 핏자국도 씻어내고,

맺혔던, 발하던 그 함성도 날려보내

다시는 벌어질 수 없는 공간으로

우리 사일 메우는 것.


이제 그대 말없이 바라보던 눈을 들어보오!


에머랄드와 노란 물듦 그리고 붉은 공간이

그대와 날 부르며 다가오고 있소.


카이로스, 카이로스

내 작은 카이로스

영원할 카이로스


시집 <카이로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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