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해피바이러스

어느 봄날, 내 미용실에 내린 '꽃 벼락'

by 서초동 김원장

싱그러운 봄날 아침이었다.


오전 첫 예약 손님 머리를 시술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약도 없이 단골 고객님 한 분이

후리지아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셨다.


유난히도 쨍한 노란빛 후리지아를 쑥 내밀며


"원장님 제 머리 늘 예쁘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시더니

그냥 휙 가버리셨다.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무슨 벼락도 아니고... 하하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리둥절했다.


투명 비닐에 감싼 소박한 꽃다발이었지만

존재감은 확실했다.


받자마자 커트 다이 선반 위에 꽃아 두었는데

그때 처음 알았다.


후리지아 향기가

그렇게 좋을 수 있다는 것을


가까이 가지 않아도

그 주변이 온통 향기로 가득했다.


시술을 받고 계신 손님도, 나도

이유는 모르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상황이 왠지 기분 좋아


주신 분은 이미 가셨는데도


"이래서 세상이 아름다운 거죠." 하며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웠다.


며칠 뒤

그 고객님의 친정어머니가 머리를 하러 오셨다가

뜻밖의 사실을 전해주셨다.


그날이 바로

그분의 생일이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빛을 주신 부모님께도 꽃을 드리고,

본인이 다니는 단골 가게들

병원, 수선집, 미용실까지

고마운 사람들에게 꽃을 나누어 주셨다고 했다.


아침 일찍 주려고

새벽에 직접 양재 꽃시장에 가서

포장지까지 직접 골라

하나하나 손질하고 포장까지 했다고 한다.


보통 생일이 되면

'누가 나를 축하해 주나'

받을 생각부터 하기 마련인데


그분은

나눌 생각을 먼저 하신 것이다.


그래서 그날

내게 꽃을 건네주실 때

그렇게 환하게 웃고 계셨구나.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신가 했는데,


이미 그분은

꽃시장으로 향하던 새벽부터

행복했던 것이다.


받는 것에 익숙한 마음과 달리

나누려고 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이미 기쁜 것이라는 걸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너무 예쁜 마음이었다.

너무 따뜻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번에는

등급 좋은 계란 두 판이 택배로 도착했다.


한 판은 우리 디자이너 선생님 몫,

한 판은 내 몫이었다.


주문한 적이 없어

잘못 온 줄 알았는데

연락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그날 후리지아를 받던 날

옆에 앉아 계셨던 다른 고객님이


남편 생일을 맞아

주변 지인들에게 인사로

계란을 돌리셨다는 것이다.


그중에

내 몫까지 챙겨 보내주신 것이었다.


그분도 늘 받기만 했지

나누어 줄 생각은 못 했었는데


꽃을 받는 모습을 보니

주면서도 기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약소하지만 보내요."

"건강하셔야 오래오래 해주시죠."

"쉬엄쉬엄 일하세요."


오히려

내가 고객님들께 드려야 할 위로와 격려를

내가 거꾸로 받고 있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해피바이러스' 아닐까.


나는 그저 일을 하는 미용사일 뿐이고

고객들은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것인데.


원장님이 건강해야

우리도 오래오래 머리를 맡길 수 있다며

건강하시라고 걱정해 주신다.


세상에

나처럼 이렇게 넘치게 관리받는 미용사가 또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행복은

거창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고운 마음에서 시작되어

사람에서 사람으로

조용히 옮겨 간다는 것이다.


노란 후리지아 한 다발이

내 하루를 밝혔고,


그 온기는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그날 알았다.


봄은

계절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바란다.


이 다정한 마음들이

세상 어딘가로 계속해서 번져 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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