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방치하고 일부러 약, 식사를 거르는 일부터 직접적인 자해까지
1-2년 전까지만 해도 ‘자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몸에 칼을 대는 짓을 반복했다. 그런 자해는 뒤처리가 귀찮다. 상처의 피를 멈추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상처를 낸 순간부터 몇 주는 상처를 숨겨야 하고 걸리면 설명, 변명을 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주게 된다. 흉터가 오래 남게 되면 이 짓은 계속해야만 한다.
그래서 자해인지도 모르고 점점 소극적인 자해를 하게 된다. 밥을 먹지 않는다. 몸무게가 38kg이 될 때까지 절식했다. 이 시점에 이 짓이 자해라는 것을 알았다. 키가 작아서 그리 치명적인 몸무게는 아니었지만 성인 여성의 정상 체중은 아닌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과 같이 살면 밥을 챙겨 먹지 않는 것도 금방 들키게 된다. 그래서 외출을 하는 날에 밥을 먹은 척하고 집에 돌아와 잠만 잤다.
병을 치료하지 않으려 했다. 정신과 약을 일부러 먹지 않기도 하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을 회피했다. 지금도 어지럼증이 며칠 째 사라지지 않지만 병원에 가는 것을 미루고 있다. 어쩌다 몸에 상처가 생겨도 관리하지 않았다. 피딱지는 긁어댔고 멍이 든 무릎을 계속 써댔다.
가학적인 것을 찾아보던 때도 있었다. 자극적이고 잔인한 영상을 하루 종일 찾아봤다. 다크웹이든 고어영화든 일단 시청했다. 하지만 이런 영상은 정신건강이 피폐하면 면역이 있어서 그렇게 충격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심한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기는 하다. 무얼 봐도 덤덤해져서 얼마 못 가 그만두었다.
해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만나려 했다. 나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나의 것을 훔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알면서도 계속 만난다. 만나고 나면 너무 괴롭고 힘들지만 계속 만났다. 그리고 해로운 사람인 것은 알지만 나를 떠나면 미칠 듯이 괴로워했다. 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필요하지 않은 것에 돈을 쓰고 나의 가치를 깎는 일을 찾아다녔다. 그리고는 계속 내가 어떻게 하면 다시는 원래의 나로 돌아오지 않고 영원히 버림받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마약, 도박을 실제로 하지도 않을 거면서 하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요즘 나는 소극적인 자해로 갈아탄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나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정신건강 공부를 하고 정신과 약을 챙겨 먹는다. 내가 소극적인 자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면 좀 혼란스럽다. 나는 분명 나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답답하다.
역시 정신질환으로 인한 행동을 이야기할 때는 은근히 말솜씨가 저하된 것 같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