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는 누군가의 마음은 어떨까. 어린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면 더더욱. 이미 산타는 존재하지 않는 걸 알았음에도 정성 어린 손글씨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편지를 보내는 마음. 그 마음에 성심성의껏 보답해주었어야 했는데, 오래 전에 사라졌다고 단념한 동심을 다시 꺼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어요.
정해진 메뉴얼이 있다는 게 이렇게 죄책감이 들고 죄송할 줄이야. 기계적으로 쓰는 나의 글씨와 편지봉투가 주인에게 전해지면 어떤 마음이 들까.
편지지를 넣고 편지봉투를 풀로 붙이며 곧 후회했다. 그냥 한 사람 정도는 정해진 규칙대로 하지 않고 내 임의대로 해도 되었을 텐데, 기계가 되지 않아도 괜찮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