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신만의 무게
살다 보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
말투가 유난히 차갑거나, 이유 없이 예민해 보이거나,
별것 아닌 일에 과하게 화를 내는 사람들.•••
나도 그런 때가 분명 있겠지만,
그런 순간에는 쉽게 마음이 상하고,
“왜 저렇게까지 할까?” 하고 억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문득 깨달은 게 있다.
저 사람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얼마 전, 차갑고 딱딱한 말투 때문에
누구에게도 호감을 얻지 못하던 동료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이 원래 성격이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은,
그는 심한 대면 공포와 불안으로 상담을 다니고 있었고, 사람들과 마주 앉아 부드럽게 대화하는 일 자체가
하루 중 가장 벅찬 일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행동들이 전혀 다른 결로 보이기 시작했다. 같은 동료인데 오해했던 내가 되레 미안해지기도 했다…
이런 순간은 한 번이 아니었다.
평소엔 온화하던 후배가
어느 날 갑자기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던 날이 있었다. 그때는 나에게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지만,
며칠 뒤 그는 조심스럽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가족 문제로 몇 주째 잠을 제대로 못 잤고
공황 증세가 심해져 감정 조절이 어렵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날의 예민한 반응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느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고
그 무게는 항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가 보지 못한 사정이,
우리가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
그 사람의 태도와 말투에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뒤로
나는 사회생활이 조금 더 편해졌다.
화를 나에게로 덜 끌어오게 만들었고,
불편한 상황을 불필요하게 확대하지 않게 되었다.
“그에게도 분명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이 한 문장이
내 감정을 지키는 가장 단단한 방패가 되어 주었다.
앞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순간은 분명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 번쯤은
그 사람의 사정을 떠올려 보고 싶다.
보이지 않는 사정을 가정하는 마음이
나를 조금 더 너그러워지게 만들고,
조금 더 단단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늘도 이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숨을 불어넣는
조용한 위로가 되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