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중독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때…

포항에서 잠깐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서울에 있다 보니,

주말이면 거의 습관처럼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대략 네 시간.

멀다고 하면 멀고, 가깝다고 하면 가까운 그 거리.


근데 그때 하필… 모두가 멀어진 그때…

그때의 남자친구와도 막 헤어진 시점이었다.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으면 창밖은 계속 바뀌는데,

내 머릿속은 같은 자리에서만 빙빙 돌았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때 내가 조금만 다르게 말했으면?’

‘그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일까’


그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 위로 새로운 생각이 다시 덧씌워지며

머릿속은 거대한 거미줄처럼 점점 복잡해졌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이 또 가지를 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괴로운 생각에 휩싸여

눈물이 툭툭, 하고 떨어지곤 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생각의 구멍마다 손을 집어넣고 헤집어놓고 있으면 버스에서의 네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져 있다.

서울 도착 안내 방송이 들릴 때쯤이면

“벌써 왔어…?” 하는 표정으로 멍해져 있고…


혼자 생각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문뜩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계속 빠져있던 게 아닐까??!

내가 생각이 많아 슬퍼서 우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의 방해도 간섭도 없는 고요 속에서

사실은 그 슬픈 생각을 붙잡고 뜯어보고

스스로 해석하고 다시 풀어내는 그 과정이..!

어쩌면… 마치… 중독이었던 것이다.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나머지 그 생각을 붙들고 있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 뒤로 조금씩 알게 됐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슬픔과 분노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는 걸.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는

반드시,

“멈춤”이 꼭 필요하다는 걸.


그때부터 나는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일단 마음 안쪽에 작은 브레이크를 걸었다.

“여기까지만.”

“지금은 그만.”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인지행동치료 기법 중 하나가 ‘사고중지기법’이다.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 머릿속에 X자 표지판을 떠올리며 의도적으로 “생각 끊기”를 시도하는 전략이다.


생각의 흐름을 부정하거나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춤’을 눌러 마음의 자리를 비워 주는 것.

이게 반복되면, 생각이 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의 고삐를 쥘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생각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내 마음을 쉴 곳으로 데려오는 건

결국 나밖에 할 수 없으니까.



오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의 하루를 선물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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