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긍긍

내 초조함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을까.

나는 기본적으로 불안과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에 대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끝까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가능성보다는 나쁜 가능성이 먼저 떠오르고,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 밀어붙여 상상해 본 뒤

‘그래도 이 정도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 하고

결과의 충격을 미리 줄여보려는 사람..


결과도 나오기 전부터 혼자 전전긍긍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일 앞에서

스스로 마음을 먼저 소진시켰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신호등 앞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각을 한 그날,

마음이 너무너무 조급했다.

차장님의 전화는 계속 울리고,

당장 건너가야 하는데 신호는 계속 빨간불이었다.

‘이 길만 건너면 회사까지 곧장 갈 수 있는데…’

신호는 그 어떤 내 마음도 모른다는 듯

한참 동안 바뀌지 않았다.


손바닥엔 땀이 차고,

괜히 심장만 빠르게 뛰었다.

“빨리, 빨리”만 되뇌며

아무리 발을 동동 굴러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제 속도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혼자 초조해하며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신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정해진 시간에 맞춰 초록불이 바뀌었다.


내 초조함은 신호등을 빨리 바꾸지도 못하고,

오히려 나만 지치게 만들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걱정하고 불안해해 봐도

도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초조함은 결과를 바꾸지 못하고

결국 나만을 지치게 만들 뿐이라는 걸…


걱정은 늘 ‘혹시’라는 말로 미래를 흔들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은

내가 상상한 최악의 무게만큼 무겁지 않다.


신호등이 제시간에 바뀌듯,

때로는 상황이 흘러가는 속도를

그냥 믿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그날에서야 조금 이해했다.


그 순간 이후로 나는

내 마음이 불필요하게 앞서가기 시작하면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지금 걱정한다고 일이 더 빨리 오지도 않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야. “


전전긍긍하느라

내 마음을 먼저 소진시키는 대신,

초록불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상황이 흘러가는 속도를

그냥 믿어보기로 했다.


결국, 초조함이 사라지는 순간은

상황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조금 놓아주는 순간’이었다.


삶에서

당연히 적당한 고민과 걱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내 초조함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을까•••




오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의 하루를 선물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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