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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은 Oct 25. 2023

<일기>

겉장을 열어 기억을 쓴다

   

어떤 날은 힘을 주어 쓰고

어떤 날은 휘갈기어 쓰고

어떤 날은 여백을 썼다


시간순으로 나열된

짧고 긴 문장들 틈에서 문득

희미해진 것들이 궁금해졌다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

한 줄, 한 줄 기억을 거꾸로 되감아

어제의 나를 들여다보았다


어제의 나는 절룩거리며 웅크렸고, 또 다른

어제의 나는 실소와 쓴웃음을 지었다


마치 머릿속에서 힘주어 뜯어낸 기억이

되살아나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두 줄로 그어지거나 검게 칠해진

흔적을 보았다

기억의 구멍이라도 난 듯

어떤 말을 숨기고 싶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비밀을 지키는 이곳에서 조차 감추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길래 그토록 지우려 했을까


영영 없애버리 싶었던 기억들 틈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돌아보니

그 어떤 페이지도 뜯어낸 흔적이 없다


그건 아마

어느 한 곳쯤엔 남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 삶이 쓴 기억들


잠시 멈춰놓은 시간이 흐른다

나는 숨을 고르며 기억의 겉장을 닫았다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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