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문제는 이미 주어지고, 우리는 그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지를 평가받는다.
시험지에는 항상 정답이 있었고,
그 정답에 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외우는 것이 중요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 문제가 왜 중요한가?
이 문제 말고 더 중요한 문제는 없는가?
같은 질문을 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잘 푸는 사람으로 자라왔다.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가 되는 순간 우리의 사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배달 앱 리뷰를 보면 알 수 있다.
음식의 양, 포장 상태, 배달 시간, 응대 태도까지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게 평가한다.
숙소 후기, 서비스 불만, 제품 리뷰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불편했고, 무엇이 별로였는지 정확하게 짚어낸다.
이미 존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두고
“이건 왜 별로였는지”를 말하는 데 우리는 꽤 능숙하다.
즉, 우리는 생각보다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문제는 역할이 바뀌는 순간 시작된다.
소비자가 아니라 기획자, 창업가의 입장이 되면
갑자기 모든 것이 어려워진다.
이 서비스의 핵심 문제는 뭘까?
이 고객의 진짜 니즈는 뭘까?
이 가설이 맞는지는 어떻게 검증하지?
가설이라는 단어는 괜히 무겁게 느껴지고,
검증은 대단한 방법론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스타트업 씬에서는
가설을 깊이 고민하기보다 감으로 넘기거나,
아예 시도 자체를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는 가설을 못 세우는 게 아니라,
가설을 세워본 적이 없는 상태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가설을 조금 다르게 정의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설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이게 맞을까?”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이다.
이 기능이 있으면 불편이 줄어들까?
가격보다 속도가 더 중요할까?
이 메시지가 고객에게 더 와닿을까?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이런 질문을 수없이 던진다.
다만 그것을 ‘기획’이나 ‘가설’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가설을 어렵게 느끼지 않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미 우리가 잘하는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
바로 리뷰를 읽는 방식이다.
불만을 해결책으로 바로 바꾸지 말고,
먼저 질문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왜 이게 불편했을까?
이 불만은 어떤 상황에서 나왔을까?
리뷰를 거꾸로 읽는 순간,
우리는 소비자가 아니라 기획자의 시선에 가까워진다.
가설은 새로운 능력이 아니라
익숙한 사고를 한 단계만 바꾸는 연습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했던 건 재능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해 볼 기회였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