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AC, 첫 6개월을 버티는 법

살아남는 사람들의 공통점

by DW

신입 액셀러레이터로 첫 출근을 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드디어 나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에 괜히 설레기도 했고,
한편으론 막연한 불안도 있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 6개월은 일에 적응한다기보다, 버틴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 6개월을 어떻게 버티느냐에 따라

이 업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생각했던 일이 아니네...”라며 떠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러 신입 AC를 지켜보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결국 살아남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1. 신입 AC가 마주하는 현실 문제부터 말해보자


신입 AC가 처음 겪는 현실의 대부분은
채용공고 어디에도 써 있지 않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하루에 100통 이상 오는 전화와 카톡

회의에서 무슨 말인지 절반도 못 알아듣는 순간

‘투자’보다 ‘보고서’가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

공공기관 담당자와의 긴장되는 통화

스타트업 대표의 감정 기복

일정은 늘 바뀌고,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음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이걸 하려고 AC가 된 건가?”
이 질문이 매일 마음속을 스친다.


처음 6개월은
업무보다 이 혼란을 견디는 시간이 더 피부로 와닿는다.


2. 버티는 사람들은 이미 ‘완벽’을 포기했다


신입 AC가 가장 먼저 겪는 좌절은
“내가 너무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라는 감정이다.


회의에서 놓친 내용,
실수로 잘못 전달한 안내,
늦어버린 회신,
정리 안 된 자료...


하지만 살아남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거다.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하려는 사람은
매일 자책하고,
자책은 곧 소진으로 이어진다.


반면 오래 버티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익숙해지는 시간이다.”

“오늘 실수하면 내일 덜 실수하면 된다.”
“지금은 빠르게 경험 쌓는 게 목표다.”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가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


3. 말 잘하는 사람보다, 기록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신입 AC들이 자주 하는 오해가 있다.

“AC는 말을 잘해야 하는 직업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현장에서는 말보다 ‘기록’이 훨씬 중요하다.


살아남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든 미팅 내용을 메모한다

담당 기업별 진행 상황을 정리한다

공공기관 요청사항을 누적 관리한다

작은 것이라도 업무 히스토리를 남긴다


왜냐면 AC의 일은
언제든 과거를 다시 복기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기록이 없으면
업무가 아니라 기억에 의존하게 되고,
기억은 결국 한계를 드러낸다.


AC의 경쟁력은
말이 아니라 정리와 축적이다.


4. 일을 ‘사람’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능력


신입 AC 시절, 가장 힘든 건
사람 상대하는 일이었다.

감정 기복이 큰 대표

일정 자꾸 바꾸는 멘토와 심사위원

압박적인 공공기관 담당자

예민한 팀 내부 분위기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걸 '개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살아남는 사람은
상대의 말과 감정을
‘상황의 일부’로 본다.


반면, 힘들어하는 사람은
모든 말을 ‘자기 평가’처럼 느낀다.


그 차이가
6개월 뒤의 심리 상태를 완전히 바꾼다.


AC는 인간관계 직업이지만,
감정까지 끌어안는 직업은 아니다.


5.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오래 간다. (매우 중요)


의외로 중요한 포인트다.

아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신입일수록
모르는 걸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괜히 민폐일까 봐, 바보처럼 보일까 봐다.


그런데 오래 버티는 사람일수록
질문을 미룰수록 일이 꼬인다는 걸 빨리 깨닫는다.

이건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이 보고서는 어떤 기준인가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뭐예요?

이 사업에서 우리가 진짜 신경 써야 할 건 뭔가요?


질문은 업무 속도를 늦추는 게 아니라
삽질을 줄여주는 가장 빠른 길이다.


6.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론 부족하다


많은 주니어 지원자들이 말한다.

“저는 스타트업을 정말 좋아해요.”


근데 솔직하게 말하면,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이 직업을 오래 못 한다.


왜냐하면 AC의 일은
스타트업을 좋아하는 것보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구조’를 이해하는 일에 가깝기 때문이다.

왜 이 팀이 지금 막히는지

어떤 제도가 이 팀을 살리는지

어떤 구조가 이 팀을 오히려 막고 있는지


이걸 이해하려면
감성보다 '구조'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살아남는 사람들은
스타트업을 응원하면서도,
냉정하게 바라볼 줄 안다.


7. 커리어로서 AC를 보느냐, 직업으로서 AC를 하느냐


첫 6개월 동안 많은 고민이 든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이럴 때 중요한 건
AC를 단순히 ‘직장’이 아니라
‘커리어의 한 시기’로 보는 관점이다.

여기서 어떤 역량을 쌓을 수 있을지

어떤 경험이 내 무기가 될지

이 일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는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버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 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간다.


8. 신입 AC, 살아남는 사람들의 공통점 요약


정리해보면 이렇다.


✅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 말보다 기록을 잘한다
✅ 사람의 감정을 자기 문제로 다 끌어안지 않는다
✅ 질문을 미루지 않는다
✅ 스타트업을 좋아하되 구조를 본다
✅ AC를 커리어의 일부로 인식한다


이걸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방향성을 알고 가는 것만으로도
첫 6개월은 훨씬 덜 흔들린다.


9. 마지막으로, 신입 AC였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돌아가서 그때의 나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
대신 오래 버텨.
AC는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지속력이니까.


지금 이 글을 읽는
신입 AC나
지원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잘하려 하지 말고,
계속 하려고 해라.


그게 이 업에서 살아남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작가의 이전글액셀러레이터(AC)가 진짜 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