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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Apr 28. 2024

그분은 다문화 가족이 아니라, 글로벌 가족이에요.


처음으로 조이스 언니를 만났던 곳은 카페에 달려있던 공부방이었다.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이 카페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었다. 평일 엄마들은 여기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기도 하고, 동아리 사람들도 여기서 정기적으로 활동도 하고, 또한 카페의 일부분을 작은 공간으로 나눠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여해 스터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나와 즈이스 언니는 금요일마다 서로 옆방에서 초등학생에게 언어를 가르쳤다. 내가 수업을 마치고 공부방에서 나올 때마다 옆방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며 영어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조이스 언니를 몇 번 봤다. 짧게 자른 노란 머리카락과 이국적인 연 파랑색의 눈을 보자마자 그분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조이스 언니는 항상 먼저 나에게 영어로 인사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이름도 모른 채 매주 같은 시간에 인사하곤 했다. 




© ageing_better, 출처 Unsplash



몇 년 후 다른 사람의 소개로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어떤 대학생을 만나러 집에 갔다. 벨을 누르자 문을 열어 주는 사람이 바로 조이스 언니였다. 우리는 매우 반가워서 몇 년 전 카페에서 만나던 추억에 대해 20분이나 떠들었다. 그렇게 지나고서야 그녀의 아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꺼내게 되었다. 서로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는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손짓까지 섞어서 대화했다.



그때 조이스 언니는 아름다운 로키산맥 밑에서 자란 캐나다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 몇 년 전 조이스 언니는 한국에 체류하던 중에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잘생긴 남편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했다. 이렇게 조이스 언니는 한국에 와서 정착했다. 



조이스 언니는 한국에서 오래 살지만, 한국어 수준은 별로 높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에 올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집에서도 두 아들과 영어로 대화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도 조이스 언니를 만나면 한국어보다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아마 원어민과 대화할 기회를 놓치고 싫지 않았던 것 같다. 




© outsite, 출처 Unsplash



나는 조이스 언니를 부러워했다. 우리는 다 원어민 선생님이지만, 언어의 차이는 대우 역시 차이를 가져왔다. 영어는 누구나 배우고 싶은 언어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고층에 있는 조이스 언니 집은 거실 천장이 높았다. 또 긴 복도 양쪽 끝에 부부방과 아이들 방이 따라 분리되어 있었다. 가장 매력적인 곳은 커다란 실외 테라스이다. 그곳의 커다랗고 낮은 원목 식탁 위에 고양이 두 마리가 햇빛을 누리며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 조이스 언니는 갑갑한 서울 안에서 유토피아 생활을 살고 있구나 감탄이 멈춰지지 않았다.나의 부러운 눈빛을 알아채듯이 조이스 언니가 말했다. 



“우리는 세를 내고 여기에 살고 있어요.” 나의 눈이 동그래지자 언니는 더 설명해 줬다. 



“다문화 가정이라면 7년 동안 대여해서 살 수 있어요. 우리는 집이 없어요. 7년 동안 살다가 다시 집을 찾아야 할 상황이에요.” 조이스 언니의 말을 듣고 아까 부러워하던 생각은 점점 동정심으로 바뀌었다. 



조이스 언니 역시도 한국에 와서 언어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고, 캐나다 가족을 쉽게 만나지 못하며 살아야 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은 나와 별 차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조이스 언니와 점점 더 친근해진 마음이 들게 되었다.



© britozour, 출처 Unsplash



하지만, 모든 것은 하루 만에 바뀌었다. 어떤 분은 내가 조이스 언니와 처지가 똑같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너희는 달라요. 그분은 다문화 가족이 아니라, 글로벌 가족이에요. 백인과 결합한 가족은 ‘글로벌 가족’이고 비백인과 결합한 가족은 ‘다문화 가족’이에요.” 



한국은 여전히 오직 피부의 색깔로 사람을 나누는 사회인 것 같다. 외모로 사람을 나누고 신분을 나눈다. 만약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 사람하고 결혼하면, 그 가정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글로벌 가족인가 아니면 다문화 가정인가. 



영어 유치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전혀 피부색을 개의치 않고 모든 선생님을 다 사랑하지만, 그러나 성장하면서 점점 피부로 사람을 차별화하는 것을 배우게 하는 것 같다. 




© womanizer, 출처 Unsplash



나는 조이스 언니와 글로벌 가정이든 다문화 가족이든 상관없이 함께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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