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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May 30. 2024

이런 다문화 고부열전도 보셨나요?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 남편을 따라 춘천에서 하는 모임에 다녀왔다. 그 모임에 가보니 얼굴을 익힌 사람들은 대부분이었지만 낯선 사람도 몇 명이 있었다. 모두 다 남편이 아는 사람이어서 나는 그저 남편 옆에서 조용히 듣기만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맛있는 춘천 닭갈비를 먹고 다들 흥이 나서 춘천에 유명한 카페 거리로 가기로 했다. 구불구불한 살길을 따라 산 중턱에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자연 경치와 낭만적인 카페 분위기를 핸드폰으로 담느라 카페에 늦게 들어갔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도착한 카페

                                                                카페 밖의 경치를  사진으로 담아봤다.



카페 안에 사람들은 이미 삼삼오오 끼리끼리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문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모여 있는 사람들과 조금 떨어져, 한쪽 벽에 붙어 있는 긴 소파에 앉았다. 



© sincerelymedia, 출처 Unsplash



옆에서 남편이 나에게 당신 불편하면 먼저 가도 된다고 말했다. 나도 커피만 주문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그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우리도 다문화가정이에요.” 그녀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이미 나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원래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귀가 솔깃했다. 아무리 봐도 한국 여성인 것 같은데, 혹시 외국인 남편과 결혼하셨나, 아니면 외국인 인가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랐다.



궁금증 가득한 내 얼굴을 보고 그녀는 얼른 설명했다. “우리 며느리가 외국 사람이에요. 지금 아들하고 미국에 살고 있어요. ”



그녀의 말을 듣고 내 터무니없던 생각들은 한 순간에 비눗방울처럼 터져버렸다. “그렇구나.”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그녀는 한 달 동안 미국에 있다가 며칠 전에 돌아왔다고 알려줬다. 이어서 자기가 말하는 한국식 영어를 며느리만 다 알아들었다고 자랑까지 했다. 그리고 며느리와 함께 쇼핑도 하고 여행도 했다고 말하며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머릿속에 시어머니와 외국인 며느리가 팔짱을 끼고 다니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런 모습은 중국에나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데, 실제 내 주변에는 외국인 며느리를 챙기는 시어머니가 몇 분 더 있다. 




© hillaryperalta, 출처 Unsplash



사실 결혼 상대뿐만 아니라 시어머니도 역시 다문화 여성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한국에 온 지 5, 6년 정도 되었을 때, 아이를 안고 중국인 여성들 모임에 참석해 본 적이 있었다. 이런 자리는 대부분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모두 얘기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한 여성의 전화기가 울렸다. 그녀는 시어머니에게 걸려 온 전화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말한 한국어는 약간의 사투리가 섞였지만 대체로 유창했다. 나와 같은 시기에 한국에 왔는데, 간단한 생활 회화만 가능한 나에 비해 한국어 실력이 정말 대단했다. 



나는 너무 놀라서 혹시 어학원 선생님에게 배웠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런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매일 시어머니와 대화하다 보니, 아마 한국어가 빨리 늘 것 같다고 알려줬다. 옆에 다른 여성도 공감하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이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가 드라마 속에는 항상 문제였지만, 실제 현실 속에는 의외로 많이 좋아 보았다. 아마 대부분 시어머니는 낯선 땅에 시집온 외국인인 며느리를 많이 챙기고 많이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 miinyuii, 출처 Unsplash



나에게는 시어머니 대신 시누이 두 명이 있다. 우리에게 맛있는 반찬도 보내주고 생일마다 명절마다 항상 미리 선물을 보내줬다. 시누이 집에서 나올 때면 항상 음식을 가득 채운 쇼핑백이 두 손에 들려 있었다. 두 시누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오히려 나를 더 챙겨줬다. 




© dylu, 출처 Unsplash



비록 한국에서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못 받지만, 한국 가족들에게 많은 배려와 관심을 받고 있다.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해 주는 가족들 덕분에 다문화 가족인 우리는 한국에서 외롭지 않게 잘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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