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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Mar 22. 2024

"나는 어디도 속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람은 나를 중국 사람으로 취급하고 중국 사람은 나를 한국 사람으로 취급하고, 나는 어디도 속하지 않는 것 같다.”


                                       © d3athtroop3r, 출처 Unsplash


어렸을 때 여름 방학이 되면 항상 엄마를 따라 중국에 다녀오던 아들이 성인이 되면서 언제부턴가 중국으로 가는 발걸음이 쉽지 않게 되었다. 나는 아들하고 중국의 관광명소에 같이 가보고 싶지만, 아들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아들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들은 중국에서 출생은 했지만 한국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주로 한국어를 사용했다. 한국어가 부족한 나는 아들에게 한국어 동화책을 읽어 주거나 국어 공부를 도와주거나 하지 못했다. 그래서, 1, 2학년 때 보통 아이들은 받아쓰기가 다 백 점이지만, 우리 아들은 백 점을 받는 것이 드물었다. 게다가 매일 완성해야 되는 그림일기도 무엇을 썼는지 다른 한국 엄마처럼 검사하거나 도와주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학교 중간 고사와 기말고사가 없어진 것이다. 나는 그래서 항상 숙제했나 안 했나 확인하는 역할만 해왔다. 


                                    © thepaintedsquarejessica, 출처 Unsplash



한국어를 도와주지 못해 중국어라도 가르쳐 줘야겠다고 아들이 출생할 때부터 생각했다. 우선 아들이 4, 5살 때부터 내가 아들에게 중국어로 동화책을 읽어주고 중국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여줬다. 그리고 1학년부터 정식적으로 중국어 교재로 아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속에 이전부터 아들이 나와 중국어로 소통하는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매년 여름이 되면 아들을 데리고 중국에 갔다. 중국 음식도 먹고 중국 친척도 만나고, 중국의 관광 명소도 많이 다녔다. 그래서 매번 여름 되기 전에 아들이 항상 이번 여름에 중국에 가면 어디로 놀러갈까 무엇을 먹을까 계획까지 세우며 몹시 기대하곤 했다. 중국 여행을 매우 좋아해, 비행기에서 또래 중국 친구까지 사귀었다. 


                                                   © laviperchik, 출처 Unsplash


이렇게 아빠의 나라 한국도 엄마의 나라 중국도 좋아했지만, 어느 시기부터 아들의 생각이 점점 변해버렸다. 엄마의 나라에 대한 안 좋은 애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점점 엄마와 엄마의 나라에 대한 감정은 멀리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엄마의 고향을 꼭 좋아해 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와 너무 달라진 태도가 정말 나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언젠가 아들의 생각이 바뀌겠지 나는 조금은 기대하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 이렇게 아들이 나에게 멀리 대하듯 다른 아이들에게 다문화 자녀로서 차별은 당하고 있지 않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사실 아들이 공부 못하는 것보다 다문화 자녀로서 소외를 당할까 마음이 더 조마조마하다. 다문화 자녀가 왕따를 많이 당한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나에게 안심을 시키려고 항상 잘 지내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유학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매번 추천할 때 마다, 아들은 번번이 거절했다. 최근에 그가 왜 거절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은 나를 중국 사람으로 취급하고 중국 사람은 나를 한국 사람으로 취급하고, 나는 어디도 속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말과 더불어 한국에 친구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이러한 아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아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겪었을까, 역사에 대해 마음의 갈등이 얼마나 심했을까 아들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또한 아들은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다문화 자녀로 대하지 않기를 바랬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아들처럼 한국 사람과 얼굴이 비슷한 다문화 친구들은 아마 학교에서 티 나지 않게 조용히 다니려고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일반 한국 사람처럼 같은 구성원으로 대접받고 싶어서이다.



                                           © claybanks, 출처 Unsplash


우리는 자신의 국가와 지역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다. 모두 자신에게 부여된 환경일 뿐이다. 그러나 만약에 이 사회가 그런 면을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평등하게 받아들이면, 어느 나라에 출생했든 어떤 피부색을 가지든 어떤 언어를 구사하든 상관없이 우리 모두 이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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