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바다가 보고 싶어 부산 광안리에 놀러 갔다. 기분 좋게 해변에 앉아 한참 파도가 치는 모습을 보며 물멍을 때리고 있었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7살쯤으로 보이는 한 꼬마 소녀가 엄마에게 질문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내가 먹는 물은 투명한데, 바다는 왜 파란색이야?"
이 질문을 듣고 엄마는 당황해하시며 "글쎄...? 왜 파란색일까? 집에 가서 찾아보자..."라고 하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셨다. 순간 나는 벌떡 일어나서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것 같아 앉아 있었다. 대신, 이 내용을 글로 적어 브런치를 보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바다는 대부분 푸른색을 띠고 있다. 하지만, 관찰력이 뛰어난 꼬마 소녀의 말처럼 바닷물을 유리잔에 담아보면 그저 투명할 뿐이다. 이 수수께끼는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 그리고 왜 아름다운 외국 바다는 에메랄드 색인 것인가? 바다의 색깔이 바다마다 다른 이유도 살펴보자.
1. 빛의 흡수와 산란
이 이야기는 '태양'에서 시작된다. 태양에서 온 빛은 파장 길이에 따라 크게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인 가시광선과,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자외선, 적외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물체는 가시광선의 파장을 지닌 빛을 반사하고, 반사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와 특정 색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빨간색과 주황색 빛은 파장이 길고, 파란색과 녹색 빛은 파장이 짧다.
빛이 바다에 닿는 순간 파장이 긴 붉은 계열은 물에 금방 흡수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파장이 짧은 푸른 계열은 흡수되지 않고,바다의 물 분자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지는 '빛의 산란'을 일으켜 멀리 퍼지게 된다. 이로 인해 맑은 해양은 주로 파란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즉, 바닷물을 통과한 푸른 계열 빛만 남아 산란하므로 바다는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2. 바다의 깊이
얕은 바다는 바닥의 모래, 산호, 진흙 등으로 인해 다른 색으로 보일 수 있다. 바다 밑이 흰모래인 경우 연한 파란색, 검은 모래인 경우 검푸른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수심이 깊은 바다는 더 짙은 파란색이나, 심지어 시커멓게 보이기도 한다. 광합성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빛이 도달하는 깊이인 진광대(euphotic)는 수심 100m 정도 까지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바다는 수심 150~200m 이상이 되면 침투하는 빛이 현저히 줄기 때문에 짙은 남색이거나 완전히 어둡게 보인다.
유럽 남동부와 아시아 대륙 사이에 있는 흑해는 염분이 낮고, 산소의 양이 희박하여 일반적인 생물이 살 수 없어 '죽음의 바다'라고도 불린다. 흑해는 최대 수심 2,000m가 넘는 깊은 바다이고, 흑해에서 사는 박테리아가 죽으면서 검은색 황화수소(H2S)를 발생시켜 검은색 바다로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흑해라 불리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의 이유가 물 색깔이 다른 바다보다 어두워 붙여졌다고 한다.)
3. 플랑크톤과 산호: 에메랄드빛 바다
바다에 사는 부유하는 미세한 생물인 플랑크톤이 많이 있으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색소가 바다의 색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식물성 플랑크톤은 녹색 색소인 클로로필을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이로 인해 물이 녹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여행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외국 바다는 정말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이다. 그 이유는 주로 산호 때문인데. 산호초 지역은 일반적으로 빛이 잘 드는 얕은 수심이라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이 살고 있다. 또한, 산호는 대부분 석회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석회질 성분이 바다에 녹아 에메랄드빛을 보이는 것이다.
4. 뷰유물질과 서해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이나 강으로부터 모래, 점토 등의 부유 물질이 들어오고, 바다 색을 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 물질이 해안 가까이에 많이 존재할 경우 물의 색상은 갈색이나 노란색으로 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서해는 바다가 흙색으로 보여 황해(Yellow sea)라고 한다. 이는 중국의 황하강에서 유입되는 대량의 흙으로 인한 것이다. (중국의 황하는 '중국의 슬픔'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황하가 자주 범람하여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서해는 비교적 수심이 얕고 (평균 수심 약 45m, 최대 수심 100m 이내), 갯벌이 잘 발달하여 더욱 누렇게 보인다.
요약하면 빛의 산란, 바다의 깊이, 플랑크톤, 산호, 부유물질 등의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바다마다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바다의 색깔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넘어서 우리에게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다의 색을 통해 바다를 좀 더 이해하게 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