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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적, 바다를 삼키다

미세하지만 거대한 문제, 해양 미세 플라스틱이 전하는 경고!

쓰레기 섬을 아시나요?

1997년 여름, 찰스 무어 선장은 미국의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는 북태평양 바다 위를 지나고 있었다. 그곳은 바다의 큰 흐름인 해류로 둘러싸인 '환류'이며 바닷물이 정체되어 있는 곳이다. 바람이 느려 항해하는 선박들이 맥을 못 추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때 그는 오늘날 '태평양 쓰레기 지대'라고 불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쓰레기장을 우연히 발견했다. 처음 발견 당시 쓰레기 섬은 대한민국 크기 정도였다. 하지만, 매년 800~1,000만 톤의 쓰레기가 들어와 2020년도엔 대한민국 영토의 16배 크기인 160만 km 2 정도까지 커졌다. 이 쓰레기 섬의 90%는 플라스틱이었다. 찰스 무어는 그의 저서 [플라스틱 바다]서 섬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곳의 실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묽은 플라스틱 수프라는 표현이 맞다. 여기저기 만두(부표, 그물 뭉치 등)가 들어있고, 그 위에 플라스틱 부스러기로 가볍게 양념을 친 수프 말이다."


전 세계 바다를 뒤덮은 플라스틱

전 세계 바다에는 총 2,5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있으며, 이 중 320만 톤은 해수면 위를 떠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는 어업 활동 과정에서 버려진 폐어망 등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북극해와 수심 2,000m 이상의 깊은 심해 열수공 지역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돼 있다고 밝혀졌다. 그나마 해양 표면에 떠 있는 큰 조각들은 청소하기가 더 쉽다. 그렇기 때문에 제거하기 어려운 미세플라스에 대해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미세플라스틱이란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은 무엇이고,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미세플라스틱이란 크기가 5mm 이하인 매우 작은 고체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큰 플라스틱 조각이 분해되거나, 처음부터 작게 제조된 플라스틱 입자를 포함한다. 나노 플라스틱은 더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크기는 1um(마이크로미터)로 종이 1장 두께의 1/100 정도이다.


바다에서 미세 및 나노 플라스틱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는 큰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외선 노출이나 파도에 부딪히는 등 기계적 마찰로 인해 파손되어 점점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원래 작은 플라스틱인 것이다. 세안제나 스크럽, 치약 등에 포함된 작은 플라스틱 입자들이 폐수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 유입된다. 또한,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과 같은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세탁할 때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물로 배출되어 해양으로 유입된다.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 교란, 온실기체 배출, 해양 속 용존 산소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자.


미세플라스틱은 분해가 잘되지 않기 때문에 해양 환경에 지속적으로 축적이 된다. 이는 해양 생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실 미세플라스틱은 바다뿐 아니라 대기, 생물, 물속에 다 존재한다. 즉, 인간이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모든 일상이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돼 있다.

작은 입자들이 몸속으로 침투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19년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은 연간 평균 7만 4천 개에서 12만 1천 개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들이쉬거나 먹고, 마시고 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한참 연구 중이지만, 각종 질병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면역체계 망가지고, 조기 사망 위험까지

몸속으로 들어간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우리 몸의 방어 세포인 대식세포로부터 공격받지만, 대식세포는 미세플라스틱을 분해하지 못해 결국 죽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위협받게 된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동맥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인 사람들은 뇌졸중, 심장병, 조기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또한, 2.5um(머리카락의 1/40 크기)보다도 더 작은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산소와 동일한 통로로 혈류로도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몸속 어디든 갈 수 있어 태반, 간, 모유 등에서도 발견된 연구 결과가 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전 세계적으로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950년대부터 생산된 80억 톤가량의 플라스틱 중 지금까지 10%도 안 되는 부분만이 재활용됐다. 나머지는 매립지, 바다, 해변 등으로 축적돼 더 작은 미세 및 나노 플라스틱으로 변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법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규제에 가장 힘을 쏟는 국가는 유럽연합(EU)이다. EU는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폐기물에 kg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하는 강력한 플라스틱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이나 플라스틱 문제만을 다루는 개별 법규가 없는 상황이다. 정재학 한국분석과학연구소장은 "미세플라스틱 관련 법은 크게 관련 이슈가 있어야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큰 좋지 않은 이슈가 생기기 전에 방지하는 목적으로 법이 있어야 하며, 이는 우리의 관심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중이 환경과 바다에 관심이 생길 수 있도록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한 번 더 결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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