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커뮤니케이터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연구기관과 대중의 소통을 돕는 일이다. 나는 이를 '번역'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과학자의 언어와 대중들의 언어를 서로 번역하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국내 정출연(정부출연연구기관)과 의료기관 등에서 과학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개념 자체가 어렵거나 또는 우리말 대체어가 없어서 등이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우주나 양자, 소재, 전자 분야 등의 용어가 특히 어렵다.
우주산업과 슈퍼컴퓨터 보도자료에서 사용된 '전문 용어'와 '용어 설명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적힌 기사를 본 적 있는데, 몇 가지를 적어보겠다.
1. BLT: (*서브웨이 메뉴 아님 주의*) 궤적다누리가 달로 가는 항로인 BLT 궤적을 보도자료에 서술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서 약자를 한국어로 단순히 번역한 '탄도형 달 전이'로 소개함.
2. 탑재체: 위성에 장착되는 임무 장비를 일컫는 말인데 개발 관점에서는 위성 본체와 탑재체를 구분해 사용, 이는 당연한 용어라 쉬운 표현으로 대체 없이 그대로 사용됨.
3. 양자: 일반 대중들은 양자 역학이라면 그냥 "어려운 물리학의 세계",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함. 이런 부분을 설명하기에 상당히 까다로움.
어려운 건 싫어, 이해하기 쉽게!
대중들은 정확한 정의를 궁금해하긴 하지만, 어렵게 설명돼 있는 것은 싫어한다. 보도자료라면 각주를 달거나, 강연이라면 최대한 쉬운 용어로 다시 설명하는 것이 과학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인 것이다. 과학이야기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려면 어린 학생들에게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말해야 한다고 한다. 해당 연구 분야의 용어는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만 풀어내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유명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공통점?
유명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영상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영상을 보다 보면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것이다. (물론 나 같은 경우, 양자역학이나 천체물리학 등을 들을 땐 두뇌 풀가동해야 하긴 한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일상소재 이용'과'스토리텔링'이다.
첫 번째로, 광운대 화학과 교수님이신 장홍제 박사님 (화학하악 유튜브 운영)께서는 제로음료수 내 들어있는 아스파탐을 어느 정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루에 먹어도 되는 아스파탐의 최대양은 막걸리 33병에 들어있는 양이다."
"몇 mg까지만 드세요" 이런 말보다 어느 정도 양인지 바로 체감 가능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막걸리로 설명하니 바로 이해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과학커뮤니케이터 엑소님은 장내 유익균에 대해 설명하게 위해 이러한 스토리라인을 사용하였다.
1) 기생충들이 생물들을 조종하는 예를 영상으로 보여줌. 2) 사람 몸에도 우리의 기분을 조종하는 기생충 같은 생물이 있다고 함. 3) 건강한 사람의 똥에 있으며, 장내 유익균의 특징을 말함.
바로 "장내 유익균이란 ~~ 한 것입니다. 이것의 특징은 ~~ 가 있습니다." 같이 설명하지 않고, 스토리라인을 통해 용어의 정의와 특징을 온전히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내가 할 일?
해양과 환경에 대해 말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대중들은 당연하지 않은 용어들과 과학이야기는 매우 많다. 이에 최대한 우리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로 풀어내고,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것.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즉,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재밌게 과학을 보여주는 것이 이 직업이 가져야 하는 필수 덕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