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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토스터(toaster) 프로젝트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인가?

올해 4월 말, 만 3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대리로 진급하고 3개월도 안 돼서 퇴사한 것이다. 그 이유는 본격적으로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생활에 전념하고 싶어서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회사에서 빽빽하게 굴러가던 루틴이 멈추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퇴사한 후, 약 3개월간 분명 성취한 것도 있지만 가끔 혼자 우울함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나랑 비슷한 감정을 가져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토스터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토마스는 영국 왕립 예술대학 석사 졸업 작품을 위해 한참 동안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값싼 토스터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들어보는 '토스터 프로젝트'를 고안했다.


그는 시중에 파는 전기 토스터 중 가장 저렴한 것을 구매하여 9달 동안 원료부터 부품까지 손수 만들기로 했다. 가장 저렴한 것이 만들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토스터 내부를 분해한 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겨우 3파운드 94 페니(약 6,400원)를 주고 산 토스터에는 자그마치 400여 개의 부품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재료는 크게 5가지로 강철, 운모, 플라스틱, 구리, 니켈이었다. 전기 토스터를 만들기 위해선, 화학책에서만 보던 저 5가지 재료부터 만들어야 했다.


그는 침착하게 첫 번째 재료인 '강철'을 얻기 위해서 영국 왕립 광산 학교 상급 광물 추출 연구소(이름도 어렵다) 학과장 실리어스 교수를 찾아가 물었다.


"교수님, 강철은 어떻게 만드나요?"

그곳에서 강철(steel)은 철광(iron)에서 추출됨을 알게 되었고, 철광산(iron mine)에 전화하여 우여곡절 끝에 철광석(iron)을 얻었다. 그다음, 이 광석을 어떻게 토스터 부품으로 만들지 알아내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전공 서적을 다 뒤졌다. 결국, 공업용 전자레인지를 발견하여 녹여내 철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의 재료인 구리, 운모, 니켈, 플라스틱도 이러한 스펙터클한 방법으로 만들어 냈다.


9개월의 대장정의 끝에 아래 사진과 같은 전기 토스터가 완성되었다 (기대하시라).

실제 토마스가 만든 토스터

... 상당히 괴물같이 생긴 이 토스터는 5초 동안은 작동했지만, 결국 부품이 다 녹아버렸다.


즉, 최종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조금은 허무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 프로젝트가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록 원하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또한 부품들도 완벽하게 다 만들지 못했지만, 나는 토스터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9개월 간의 실험 과정에서 얻은 지식, 끈기, 노력, 아이디어 등 결과물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인가?


나는 목표만 보고 달리던 경주마였다. 그리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분명히 그 과정 동안 얻은 것이 많았을 것이다.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원하는 목표가 분명히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더 노력할 것이다. 토스터 프로젝트에서 느낀것처럼, 이상적인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 과정에서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그러므로 미리 겁먹지 말고, 불안에 휩쓸려 낙담하지도 말자.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어 방구석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날이 있어도, 미래를 생각했을 때 찬란함보다 먹구름이 시야를 가려도.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 보자. 그 과정을 온전히 느껴보자.  


(TED TALK 'How I built a toaster-from scratch (by Thomas Thwaites)'에서 발췌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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