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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과 썰물의 신비로운 이야기

왜 서해의 조차가 더 클까?

유독 더웠던 저번 주 주말,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태안으로 떠났다. 거의 16년 만에 다시 온 태안 '만리포 해수욕장'은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 땀이 흐르는 날씨에 바다로 안 들어갈 수가 없어 튜브 하나 끼고 물속으로 달려갔다. 1시간가량 놀았을까, 점점 내가 서 있던 바다가 얕아지는 게 느껴졌다.

 

"역시, 서해안이구나! 썰물이 온몸으로 느껴지네"


바닷물이 점점 들어오고, 밀려 나간다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직접 찍은 동영상

밀물과 썰물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냥 쉽게 바닷물이 해안가로 계속 들어오면 밀물, 나가면 썰물이다. 이렇게 물이 들어왔다가 나갔다 하는 것을 '조석(tides) 현상'이라고 한다. 바닷물이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내려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바닷물이 하루에 두 번씩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밀물 때 바닷물이 밀려와 해수면이 가장 높아졌을 때를 '만조', 반대로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가 해수면이 가장 낮아졌을 때를 '간조'라고 한다.


10년 전쯤 방영한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에서 민국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밀물과 썰물의 원리를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왔다. 만약 아이들과 바다에 갔는데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달의 중력 때문이라는 정도는 알지만, 막상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어른도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알아보도록 하자.


밀물, 썰물이 생기는 이유
출처: https://sea42star.tistory.com/18

1. 중력 


"우주에서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


지구, 달, 태양 사이에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작용한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달은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은 달보다 훨씬 커서 중력이 어마어마하게 크지만, 달은 지구와 아주 가깝다. 그래서 달이 태양보다 지구에 있는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2배 이상 크게 나타난다. 즉, 밀물과 썰물은 주로 달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출처; https://www.gklibrarykor.com/1931/

달과 마주 보고 있는 쪽의 바닷물은 달이 세게 잡아당겨 해수면이 높아져 밀물이 발생한다. 물론 바닷물 외에도 강, 저수지 혹은 컵 속에 담겨 있는 물, 심지어 우리 인간마저도 달과 태양의 끌림을 받지만, 규모가 작아 측정할 수 없거나 느끼지 못할 뿐이다.


2. 원심력 


달과 가장 가까운 곳뿐만 아니라, 그 반대 방향인 곳도 부풀어 오르게 되는 이유는 '원심력' 때문이다. 원심력은 쉽게 말하면 회전 놀이기구를 탈 때 몸이 바깥쪽으로 밀려 나가는 느낌이다. 만약 통에 물을 넣고 매우 빨리 돌리면 통에 있던 물이 밖으로 흐르지 않지만, 천천히 돌리면 물이 출렁이게 된다. 그 출렁임이 바닷물의 출렁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구와 천체의 공통 질량 중심의 회전으로 인해 원심력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달 반대편 지구에서 바닷물이 부풀어 오른다.


하루에 2번!
출처: KIOST 홈페이지

만조와 간조는 하루에 2번씩 나타난다. 지구가 하루에 한 번 자전하는 동안 지구와 달이 마주 보는 쪽은 인력에 의해, 그리고 지구 반대쪽에는 원심력에 의해 바닷물이 모이게 되어 만조가 된다. 그리고 달과 지구가 직각을 이루는 쪽에는 바닷물이 빠져나가 간조가 된다. 중위도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밀물과 썰물이 하루에 2회씩 발생하는 것이다.


동해보다 서해의 조차가 큰 이유는 뭘까


밀물과 썰물에서의 해수면 높이 차이를 '조차'라고 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8m 이상의 큰 조차를 보인다. 반면, 동해안의 경우 25cm 정도이다. 숫자가 아니더라도, 서해안에서 갯벌 체험을 쉽게 할 수 있는 이유가 조차가 커서 바다로 덮여있던 곳이 육지로 드러나는 것이다. 실제 동해와 서해는 조석의 특징이 매우 다르며 남해는 동해와 서해의 중간 특징을 보인다. 그렇다면 서해의 조차가 더 큰 이유가 뭘까?


1. 수심의 차이


서해의 평균수심은 44m 정도로 얕지만, 동해의 평균 수심은 1,600m 이상으로 깊다. 얕은 바다는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 더 큰 변화를 만든다.


2. 해안선의 모양


서해는 해안선이 복잡하고 만이 많다. 이런 지형은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 더 큰 변화를 만든다. 동해는 해안선이 단순하고 깊어서 조차가 작다. 


3. 조석파의 영향


서해는 동중국해에서 들어오는 조석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조석파가 서해로 들어오면서 조차가 더 커진다. 동해 조석의 대부분도 대한해협을 통해 동중국해로부터 진입한 조석파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동해 전체 용적에 비해 조석파 에너지가 진입할 수 있는 입구(대한해협)가 작은 것이 동해의 조차가 작은 이유가 될 수 있다.  



조석 현상이 어떻든 간에, 오래간만에 해수욕을 즐기니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즐거웠다. 그곳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 이유가 궁금했으면, 그리고 그 이유를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적어 내려간다.

바다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을수록 해양 과학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주변에서도 미래의 해양학자가 나올 수도 있으니, 궁금해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내용을 공유해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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