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로 간 태안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가 바로 '사막'이다. 분명 바다를 보러 갔는데, 그 앞에 커다란 모래사막이 둘러싸여 있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웬 사막?' 우선 영상부터 보자.
직접 찍은 영상
사막 아니고, 해안사구!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넓은 해안사구인 '신두리 해안사구'이다.
수천 년 동안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자연의 걸작으로, 다양한 생태계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모래사막처럼 생겼지만 '해안사구'인 것이다. 이름 그대로 해안을 따라 발달한 모래 언덕이다.
해안사구의 형성 과정을 보면, 해안사구는 바람과 파도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1) 모래의 공급: 강이나 해안에서 유래한 모래가 바다로 운반되어 해안가에 퇴적된다. 신두리 해안사구의 경우, 빙하기 이후 약 1만 5천 년 전부터 모래가 서서히 퇴적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 바람의 역할: 겨울철 강한 북서 계절풍이 불어오면서 해안가의 모래를 육지 쪽으로 날려 보낸다. 이 바람은 모래를 이동시키고 쌓기에 하여 사구를 형성한다.
3) 파도의 영향: 파도는 해안가의 모래를 다시 바다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모래는 해안선에 따라 이동하며, 바람에 의해 다시 육지로 날려 사구를 형성한다.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서 해안사구가 형성된다.
바람과 건조한 기후 때문에 생기는 '사막'과는 형성 과정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해안사구, 너 뭐라도 돼?
해안사구는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해안사구는 바람과 파도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하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태풍이나 해일이 발생할 때, 해안사구는 높은 파도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분산시켜 해안선을 보호한다. 이는 해안가에 위치한 마을과 인프라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 신두리 해안사구에 있던 '소'
또한, 굉장히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구 식물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특성이 있으며, 이들 식물은 모래를 고정시켜 사구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식물뿐 아니라 맹꽁이, 금개구리, 황조롱이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여러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이다. 그 외에도, 모래 알갱이 사이의 공간에 빗물을 흡수하여 지하수로 저장하여 담수 자원을 유지하고, 사구의 형성과 과거의 환경을 밝히는데 중요한 학술적 가치도 가지고 있다.
태안 갈 때, 한번?
아이들과 박물관이나 과학관에 가는 것도 좋지만, 실제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진 자연경관을 보면 유리 속 문화재를 보는 것보다 더 마음속에 새겨질 수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 들러 오늘 소개해 드린 내용을 다 같이 이야기해 본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 믿는다.
또한, 천연기념물로써 해안사구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이 소중한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