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그린피스에서 진행하는 [저탄소 도시생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수원 행궁 광장으로 향했다. 기후위기 시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저탄소 도시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만남 장소에 도착했다. 두 곳의 동네를 직접 보며 이야기를 듣고, 우리 동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기로 했다.
오늘은 첫 번째 장소인 수원 행궁동 '차 없는 거리'에 대한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지구 멸망 영화 속 클리셰 중 하나는 혼자 남은 주인공이 차 한 대도 지나가지 않는 텅 빈 도로를 보며 허망한 표정을 짓는 것이다. 우리 동네를 거느리는 수많은 자동차가 사라진다면 어떨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수원 행궁동의 차 없는 거리를 걸어보니,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단차가 없는 도로
다 같이 골목을 둘러보며 이곳의 특별함은 무엇 일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았다. 행궁동 마을은 보도와 차도 간 단차가 없고,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도로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는 보행자가 걷기 좋고, 도심 내 차량 속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보행로 확보를 위한 녹색 표시
보행로를 더욱 확보하기 위해서, 길 위에 녹색 표시로 사람이 걷는 길임을 강조했다.
또한,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 꽃이 가득한 화단을 설치했다. 2013년 당시 주민들은 카트 속 무거운 흙을 넣고 꽃을 심어 자동차가 동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으며 이 흔적들은 아직 곳곳에 남아있었다.
에코 모빌리티(생태교통)란?
기후 위기 속 도시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교통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수원 행궁동은 10여 년 전, 한 달 동안 자동차 없이 사는 실험을 진행했다. 교통을 운송수단인 transportation에서 mobility로 재정의하며, '사람' 중심의 이동을 강조했다. 이러한 에코 모빌리티(생태교통)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자전거, 보조보행기, 대중교통 시스템을 우선시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민원과 시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실제 기후위기 정책 중 교통이 가장 즉각적인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분야라고 한다. 하지만, 수원 지자체와 공무원들은 구역을 나눠 주민들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주민들을 상인, 예술가 등 각 그룹을 나눠 역할을 부여했고, 예산의 80%가량을 도로포장, 전봇대 제거 등 동네 시설개선에 사용했다. 그 결과, 차 없는 거리 실험 시작일인 9/1 자정, 동네에는 차가 한 대도 없이 싹 빠지는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주민들이 직접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우리 동네에 자동차가 줄어든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보행자 건강과 안전이 확보되고, 차도가 있던 공간에 문화와 환경 시설이 확보되며, 탄소 저감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자동차를 줄일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공공자전거, 차량 운행 규제, 그리고 수요응답형 대중교통이 있을 수 있다. 수요응답형 대중교통이란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운행 경로와 정류장을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대중교통 서비스이다. 또한, 모든 주민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 15분 이내 필수적인 도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15분 도시'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동네를 보고 팀원들과 모여 '도로의 자동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차 없는 거리를 위해선 보행자가 걷기 좋아야 하는데, 햇빛이 너무 뜨거워 힘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유럽의 여러 도시가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을 생각해 보고 한국에 적용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또한, 자동차와 보행자가 모두 이용 가능한 '이면도로'에 대해 인식을 변화시키고,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의 연결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최근 내가 사는 곳에 거대한 쇼핑몰이 생겨 도보가 줄어들고 주변이 모두 차도, 신호등, 주차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상상 속 유니콘 같은 차 없는 거리가 우리 동네에 적용된다면 어떤 긍정적인 모습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두 번째 동네는 에너지 자립 마을인 여주 상거동으로 향하는데... 이곳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