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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마법학교 수학여행에서 배운 강연 비법 대공개

솔직한 강연 준비 방법 및 후기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는 바로 대전이다.

이제 대전하면 빵보다 과학이 먼저 떠오를 정도다.  

11월 23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아주 재미있는 과학 행사가 열렸다.

바로 [마법학교 수학여행: 국립머글과학관]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흥미진진한 행사였다.


"뉴턴 스칼라 마법학교 학생이 되어 인간세계의 과학을 탐험하세요."라는 소개로 시작된 이 행사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머글세계의 과학이슈를 소개하는 강연도 포함되어 있었다. 감사하게도 나도 과학커뮤니케이터 바다다로 강연 참여하게 되었다.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20분의 과학 강연을 준비해야 했다. 기존 준비된 강연이 1시간 분량이었지만, 양을 1/3로 줄이고 내용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약 2주 전부터 다시 기획했다. 내가 사용하는 강연 기획과 연습 비법은 다음과 같다.

(이 방법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고, 저만의 현실적인 방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1. 메시지를 명확히 하기

: 강연을 준비하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진다. 이것도 알려주고 싶고, 저것도 빠지면 안 될 것 같고... 하다 보면 내용이 산으로 간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청중들이 반드시 가져갔으면 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2. 내용 찾고 고르기


: 보통은 스토리라인을 먼저 구성하라고 하지만, 솔직히 어떤 내용을 넣을지 대략이라도 알아야 큰 틀을 짤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정확성과 신뢰성 중요), 그 내용 중 내 메시지에 적합한 정보만을 추린다.


나 같은 경우는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가장 많이 찾아보고, 그다음 과학 다큐멘터리를 찾아본다. 그 속에 나온 논문 및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강연에 넣고 싶은 큼직한 내용들을 정한다. 디테일한 내용은 스토리라인을 확정한 후 채워 넣으면 된다.  


3. 스토리라인 구성: 처음과 마무리 정하기


: 강연 시간과 타깃, 메시지 그리고 넣고 싶은 내용이 정해졌으니 그에 맞춰 PPT 스토리라인을 구성해야 한다. 이미 말하고 싶은 덩어리 내용들이 정해졌으니, 내가 발표를 했을 때 가장 매끄러울 만한 흐름을 정하면 된다.


이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시작 부분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앞에서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면 청중은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 강연을 잘 표현할 수 있지만 무겁지 않고 대부분이 흥미를 가질 만한 것들로 강연 초반을 구성해야 한다. 실제로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쏟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창의성과 발명'에 대한 주제를 가진 있는 이번 강연의 경우 양념치킨 이야기로 시작했다. 후라이드 치킨에서 김치 국물을 보고 양념치킨을 생각해 낸 과정을 이야기하며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명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음을 에피소드로 소개한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렇게 시작하면 대부분의 청중이 과학 강연이라는 주제에 겁먹지 않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바로 마지막이다. 마지막의 경우 이때까지 강연 내용을 다 포함하지만 단순한 요약이 아닌 여윤 또는 의미를 담아야 한다. 나는 노벨과학상 메달의 뒷면을 이야기하며, 과학이란 자연의 비밀을 파해쳐야 함을 표현했다. 또한, 이 강연을 듣는 여러분이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과학상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며 과학에 대한 애정을 계속 갖도록 했다.


4. 흥미 유발 넣기: 퀴즈, 상상, 체험

: 강연의 대상이 누구든 간에 사람들은 지루한 강연을 싫어한다. 일방적인 강연이 아니라 계속 청중을 괴롭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쉬운 방법은 퀴즈인데, 난이도를 어렵게 하기보다는 누구든 대답할 수 있는 객관식이나 OX 퀴즈로 준비하면 좋다. 또한, 상상을 유발하기 위한 질문이나 관련 이미지 및 동영상은 더욱 강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과학 강연에서는 체험도 중요한데, 과학자들이 이렇게 했다! 가 끝이 아닌, 나 같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 것인지 짧지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나였으면 저 상황에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지, 어떤 결정을 했을지 등을 직접 생각해 보고 말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5. PPT 디자인 정하고 만들기


: 스토리라인과 내용, 흥미 유발 포인트들을 정하고 나면 이제 PPT를 본격적으로 만들면 된다. PPT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분들도 많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신경 쓰는 편이다. 기왕이면 보기 좋은 것에 시선이 가는 법이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흰 배경에 일반 폰트가 아니라 꽤 신경 써서 만들곤 한다.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떨어지면 망고보드, 미리캔버스 같은 PPT 사이트에 있는 디자인을 참고하거나, 유튜브 '피피티로지' 영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나만의 PPT 선생님(?)을 정해 직접 만들되 아이디어를 얻는 창구가 있으면 좋다.


또 하나의 팁은 PPT를 만들 때 기본으로 저장되어 있는 폰트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다른 컴퓨터에서 열었을 때 폰트가 이상하게 변할 수 있다. 그래서 폰트를 모두 이미지화한 후 전달(또는 PDF로 저장하면 되지만 선호하지 않음)해야 그런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이미지화하는 법: 글자를 그대로 복사한 후, 이미지로 붙이기를 하면 된다. 단, 원본을 저장해야 글씨를 수정할 수 있으니 주의 바란다.)


6. 엄청난 발표 연습

: 강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발표 연습을 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나름의 체계적인 방법을 갖고 있다.


(홍보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발표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냐고 물어봐서 나만의 방법을 적어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물론 경험이 많고 많은 준비 없이도 자연스럽게 강연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나 포함)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나는 발표에 대한 긴장도가 매우 높은 사람이므로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자신감이 사라져 긴장이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이번엔 최대로 많은 청중(약 300명가량?) 앞에서 강연하는 거라 떨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 강연 3일 전부터 잘 때마다 깨서 새벽 내내 떨리는 심장 소리를 계속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많은 발표 연습에 추가로 강연장 사진을 여러 개 묶어 영상을 만든 후 TV로 연결하여 그 앞에서 시뮬레이션을 하며 강연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 발표하는 날 전혀 떨지 않고 연습했듯이 편하게 강연할 수 있었다.


오늘은 두서없이 썼지만, 나만의 강연 기획과 연습 방법에 대해 써봤다. 한 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혹시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댓글이나 메일, DM 등 보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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