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채집 4월 - 작별
정신과 약을 먹고 장기적인 진료는 받는 건 누구에게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나의 현 상황이 내 일상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말 오전이 되면 가족들 앞에서 약 먹는 게 껄끄럽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좀 조심스러워진다. 약봉지 뜯는 소리가 혹여나 크게 들릴까 주변 상황을 의식하며 재빨리 입에 넣는다. 아이들이 정신과 진료에 관련해서 이제는 더 이상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고 있고, 남편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약을 먹으며 병원에 오가는 모습이 나약해 보이고, 죄스러우며, 가족들 눈에 띄지 않아야 할 것 같다.
그렇다. 내가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는 게 아무렇지 않지 않다. 매우 아무렇다.
아마도… 어쩌면 나는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믿고 싶었던 게 아닐까. 씩씩해 보이고 싶었던 걸까.
약을 먹기 시작할 때 주변 지인들의 응원을 받았던 때가 떠오른다. 대부분 일 년 정도의 기간이면 약의 도움으로 생활이 편해졌으며 생각보다 약과 병원에 너무 의존하지 않게 되고, 금세 병원마저 가지 않게 되었다는 주변이들의 이야기와 비교된다. 그들에 비해 난 너무 오랫동안 병원을 오가고 있지 않은가? 어느덧 2년 반이 훌쩍 지났다.
또 이렇게 스물스물 생각들이 모여들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 보니 또 덜컥 겁이 난다. 이렇게 또 나를 의심하고, 냉소로 흔들기 시작하며, 비관으로만 가득 차질까 두렵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끊어내려면 정신과 선생님에게 말해봐야지. 그러면 정리되겠지.
“선생님, 요즘에 생각이 좀 많아졌어요.”
- 생각은 많이 해도 돼요. 부정적인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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