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디 Jun 12. 2019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EP#2. 열정이라는 이름의 두 얼굴

스타트업의 파운더이자 온라인 쇼핑몰을 기획 운영한 지난 7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영감을

공유하는 Design , us 글 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시기 . 하루 4시간의 수면시간 주 7일 자율근무

돈을 번다는 것은 갓 사회에 발을 내딛는 청년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주제였다.

동대문 새벽시장의 밤공기와 먼지속에서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열심히 바쁘게 움직이고 살고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지금은 동대문 의류시장에도 IT가 물들어 핸드폰으로도 사입을 할 수 있지만 당시의 동대문은 여느 재래시장과 같이 모든 것이 구식이었다. 당시에 쓰던 핸드폰이 갤럭시S 였으니 대충 지금과 비교해보면 어느시대에 살고 있었는지 가늠이 될 것이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류를 다룬다는 것에 처음에는 모든 환경이 나를 낯설어했고 한달정도 꾸준히 눈도장을 찍으니 비로소 상인들도 마음을 터 놓게 된다. (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초기 온라인 쇼핑몰 컨설팅을 할때 가장 많이 권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이용하게 될 매장이 언제 바쁘고 그 외 사소한 정보까지도 알 수있게 된다. )


프랑스 유학 중에 내가 선택한 전공은 Fashion & Luxe brand management

말 그대로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 럭셔리 브랜드를 경영하는 것에 중점이 맞춰진 교과과정이었기에 한국에 돌아온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였다. ( 여담이지만 국내 럭셔리 브랜드에서 포지션을 얻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고 MBA과정이 필수시 되며 경력조건 또한 까다로웠다. )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나는 브랜드 컨설팅과 나름대로 사입을 하며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하나씩 실험을 하고있었다. 당시 가진 것이라곤 약간의 자본금과 몸과 노트북 하나였기에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최대한 많은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실패할 확률을 최소화 하는 것이었다. 


바쁘게 움직이고 열정적으로 일하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대게 예상한다.


그럴싸하게 홈페이지도 꾸며놓고 내 감각은 남들과는 달라. 특별하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거야.

그리고 하루에 4시간밖에 안자고 일하는데 잘 안되는게 이상한거지.  

보통 자신이 하는 노력에 대한 보상은 항상 값질 것이라고 믿기마련이다.


그렇게 한달동안 동대문을 돌아다니며 사입했던 첫 "chic" 컨셉의 라인은 모두 재고가 되었고 얼마 남지않은 자본금에 새로운 사입을 시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나를 되돌아보게 될 수 있었다.


나에게 강점이 하나 있다면 실패에 부끄러워 하지않고 무너지지도 않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습성이다. 당시 상황은 충분히 암울했지만 그게 생각보다 그렇게 크게 절망적이라고 느끼지도 않았다. 

실패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었다. 사입한 것들은 모두 원단이나 재봉, 품질 디자인 모두 좋았고 상품성에 문제가 있는건 아니었다. 물론 쇼핑몰이 노출 되는 빈도도 그리 높진 않았지만 쇼핑몰에 체류하는 시간이나 클릭등을 봐도 전환율이 너무 낮은 것은 어떠한 문제가 있다고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해답은 우연히 동대문에서 만난 편집샵을 운영하는 분께 얻을 수 있었다. 

이쪽 옷은 구매하는 층이 정해져있고 웬만해서 온라인으로는 잘 구매하려고 하지않아요. 가격대가 좀 있으니까 한번쯤은 입어보고 구매하려고 하는거죠.


상품의 질이나 디자인은 애시당초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서 10만원 이상 구매하는 것이 별로 이상할 것 없지만 당시 주류 쇼핑몰의 평균 2~3배의 가격대였던 탓에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고환율에 후드 한장을 사는데도 10만원정도를 지불해야했던 프랑스에서 공부한 촌놈은 물가개념이 아예없었다. 정말이지 지금에와서 보면 너무나도 초보적인 실수지만 그만큼 열정적이었기에 기본적인 부분도 체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 내 감각은 특별하다 ." 란 생각이 주는 오류를 항상 염두해 두어야한다.



패션관련 전공을 했던 동문들 중에서는 꽤 패션에 자신있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인 찬스를 이용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가격이 문제라면 결국 그만큼 물가가 비싼 곳에 팔면 인정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메신저를 통해 파티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브랜드를 런칭하려고 준비중이야.
너가 내 첫 번째 모델이 되어줬으면 좋겠어.
특별한 너의 조언이 필요해. 



물론 돈은 받지않았다. 어차피 재고였고 이미 손해를 본 것이기에 같은 디자인을 세벌씩 그녀에게 보내주었다.

유럽에서 70유로. 당시 환율로 10만원정도는 너무나도 괜찮은 딜이었고 디자인과 원단 또한 좋다고 피드백이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신저엔 그녀의 친구들에게서 직접 연락이 오기시작했다. 파티에서 만났던 사람들부터 주변사람들까지 연락이 오기시작했고 그렇게 재고로 남아있었던 첫 사입물량이 한순간에 동이났다.

인생 처음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녀는 본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름을 건 디자이너 브랜드를 런칭했고 다양한 언론에서 주목받는 진짜가 되고있다. ' Merci , Mariana . '

Mariana Luxe Colombia moda

첫 고비가 지나가고 그다음부터는 사실 어려울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쉬워도 될까 싶을정도로

하루에 몇시간씩 그들과 대화하고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주고 잡화나 악세서리도 취급하며 나름대로의 틀이 잡혀 가기 시작했다. 온라인 편집샵같이 점점 변해갔고 내 피드를 보기위해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단순하지만 간단한 이치 

처음의 나는 나의 열정과 감각을 통해 내가 팔고싶은 것을 시도했고 재고가 된 그 다음은 유럽에서 동문수학하던 친구들과 지인들이 겪고 있는 가격대비 좋은품질의 옷을 찾기 힘든 어려움에 초점을 맞췄다. 만약 유럽에 쇼핑몰을 구축해 팔려고 했다면 똑같은 실패를 했을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지않는 집도 있었고 속도 또한 보장되지않는다. 그런곳에 고화질이미지를 잔뜩 올려봤자 관심을 끌기힘든건 당연한 일이니까. (X 박스에다 돈을 쓸 사람은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Make a scene . 
내가 보고싶은 장면을 만들지 말고 ,  사람들이 겪을 법한 장면을 생각하는 것이 사업의 시작이다.


열정은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가 ? 

이 질문에 대답을 하기위해 몇날 몇일을 생각과 생각을 거듭한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열정은 조미료와 같다. 너무 과하면 음식의 풍미를 없애버리듯 사업에서 열정은 꼭 필요한 요소지만 

사업의 결과를 보장하는 요소는 아니다. 다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열정이란 끊임없이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생각하고 매번 그들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업가의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EP#2 . 열정이라는 얼굴의 두 얼굴

당신의 아이디어와 판단에 고립되지말고 그것에 열정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말자.

오히려 당신의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도와줄 사람을 찾는데 열정을 쏟아야만 한다.

어떤 완벽한 비즈니스도 원하는대로 원하는만큼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다만 성공한 비즈니스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그냥 지나쳐가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인간의 인생이 사업과 닮은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