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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디 Mar 18. 2020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찾아왔다.

2년간 고민한 것이 사실 2시간짜리 였다.


새벽 1시 30분


한 달간 준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하는 어설픔. 매번 경험하는 이 순간은 정말 견디기 힘들다. 완벽에 완벽을 기한 것 같아도 토씨 하나 문장 하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글이나 말로 할 땐 어려워진다.


시간만 더 있었어도 더 잘 쓸 수 있었을까? 아니다. 어차피 비슷한 수준에서 마무리됐을 것이다. 그리고 고통의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무지하고 바보 같던 나에게서 얻은 피드백이다.


내가 저지른 실수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으니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


▷사업계획서를 쓰는 동안 아이디어에 취한 주정뱅이였다


사업계획서는 디자인이 그럴듯해 보여야 한다.


▷핵심만 간단히 전달하지 못했다.


▷단어 선택이 어렵고 나만 이해하는 문장을 썼다.




결국 사업계획서의 본질을 무시한 채 써 내려갔기에 이도 저도 아니게 돼 버렸다. 다음부터 잘 쓰면 돼.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또 다른 후회만 남을 것이다.


나는 얼마나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가?


달리는 차 안에선 경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그저  잔상만을 볼 수 있다. 생각은 차가 달리는 것과 같다. 어렴 풋이 보이는 것들을 실제로 본 것이라 믿게 만든다. 

숲을 보고 그 안에 어떤 동물이 있다고 믿지 말자. 그건 당신의 상상 속의 유니콘일 뿐이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자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에 대해서


사업에서 돈의 흐름을 그려본다.

우리는 사업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 아이디어 대결하는 게 아니다.


나와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는 누구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양치질이나 밥 먹는 것 정도밖에 없다. 글만 쓴다고 혹은 앱만 만든다고 사업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시장에 빠르게 도달하지?

어디에 소비자가 있는지?  얼마를 흔쾌히 쓸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다. 모든 일에는 시장이 존재한다. 사람이 모여있지만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이 사업 기회라 생각한다.


▷ 내 아이디어의 위치는 어디지?


내가 만들 기능이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제공될까?

왜 지금 이 아이디어가 필요하지? 다른 건 없나?


 (내가 아닌) 고객에게 꼭 필요한 MVP는?


플랫폼 사업이라면 필수로 웹 개발 앱 개발이 필요하다. 하지만 돈도 없고 개발할 줄 모른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림으로 그려 이해시켜야만 한다.


사업의 모든 기능을 완벽히 구현하고 시작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서비스의 초기 모습은

노트 위에 그려진 볼펜 낙서였다.


완벽했던 사업계획서가 어설픔을 깨닫는 순간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감정을 배제하고 둘러보자.


2년 간 고민하던 문제들이

불과 2시간짜리 고민 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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