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지수
나는 마땅히 열렬하게 좋아하는 것이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모두 열광하는 연예인
혹은 캐릭터나 분야 같은 것이 있지 않던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운동을 좋아해서 체육 시간에
땀을 장마비 내리듯 흘리는 아이 같이.
지금 생각해 봐도 나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적당히 동의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매번 친구를 사귈 때도,
나에 대한 문서를 작성할 때도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답변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그럴 때는 가장 무난한 것들을 추린다.
그림 그리기, 노래 듣기, 영화 보기 등등….
살아가면서 명확히 좋아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 보니,
이제는 빈 시간이 참 공허하게 느껴진다.
취미나 특기 같은 것들도
좋아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무엇 하나 특출나지 않은 재능들.
무엇이든 기본 이상으로 잘했지만
특별하게 더 좋아하는 것도, 더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애매한 재능은 갖가지 상상을 하게 만들어
나 스스로 희망고문하도록 만든다.
열렬히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나는,
남이 하는 짝사랑조차도 부러워했다.
지루한 학교나 직장이 얼마나 즐거워지는지,
또 그 때문에 얼마나 아파지길래 밥도 마다하며
눈물 흘리게 되는지,
또 얼마나 강렬한 끌림과 욕심에 휩싸여
판단력이 흐려지는지 궁금했고,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스스로 정하여 만들 수 있을까.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작위적으로 만들려고 하니,
누가 봐도 티가 나 우스울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열렬히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마음에 드는 것들이 생기고 있다.
잔잔히 옆집 언니의 사생활을 듣는 것 같은
'마스다 미리' 작가님의 글이라든지,
너무 튀지도 않고, 너무 무난하지도 않은
적당히 힙한 일러스트라든지 말이다.
(약간 홍대병 비슷한 게 있지 않나 싶다.)
이런 작은 마음들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 되어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