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나는 20대 초반에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와 인연이 끊어질 뻔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성인이 되며
자연스레 생긴 거리감과 바쁜 일상 속에서
자주 하지 못 한 연락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어떠한 오해도 서로의 감정을 차분히 전달하고
설명하며 풀어나가던 우리는
성인이 되고서 가장 위태로운 위기를 맞게 되었다.
지친 일상 속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는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서로의 가치관과
입장 차이 때문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나,
분명한 것은 그때의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달래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진 동생과 함께
편의점 얼음 컵과 빨간 뚜껑의 소주,
토닉 워터를 사서 쪽쪽 빨아먹었고,
기분이 아주 잠시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꿈을 꾸다 현실로 돌아온 것 마냥
동생과 헤어지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작스레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술이 몸에 안 받는 체질이라 얼굴은 벌게져서
눈물 콧물 다 흘려가며
다들 잠든 새벽에 오열하는 여자를 본다면
나라면 조금 거리를 뒀을 것 같다.
어두운 새벽이었고,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오열하며 걷는데,
어느샌가 다가온 여자가 있었다.
”저기요! 이거 드시고 힘내세요! “
정신없이 울다 당황한 와중에도
난데없이 내미는 초콜릿우유를 받아 들고는
‘어어, 감사합니다!‘ 하며 인사했다.
누군지, 왜 나에게 이런 것을 건네는지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으나
그 초콜릿우유는 내 마음을 다독였다.
홀린 듯 초콜릿우유를 받아 들고 걸으며
멈췄던 울음을 다시 이어서 마저 울려고 하다가,
나에게 초콜릿우유를 준 사람이 근처에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사람이 있었냐는 듯
거리는 텅 비어 고요했다.
당시에는 술도 마셨고, 마음도 아프겠다,
깊은 생각은 하지 않고 집에 가서 쓰러져 잠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천사였나 싶기도 하고,
아직 세상은 따듯하고 살만 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으나,
그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초콜릿우유도 잘 먹었고,
그 친구와도 화해하고 잘 지내고 있어요!
따뜻한 마음만큼 사랑받으며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