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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 Aug 09. 2024

와사비 라이팅 클럽 3기를 떠나보내며

지난 평생 글쓰기는 내게 여러 의미가 되어왔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소위 말해 글쓰기로 금상을 쓸어오는 아이였다. 운문이든 산문이든 주제에 맞춰 생각을 적어냈을 뿐인데 학교에선 늘 상을 줬다. 그땐 '나 글을 영 못쓰진 않는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에 그쳤다.


입시철이 되어 대학 갈 방법을 정해야 했다. 나는 공부 잘하는 학교의 성적 애매한 학생이었고, 수능만으로는 명문대에 입학하기 어려웠으니 논술 전형을 노릴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담임선생님은 내가 논술전형 응시를 위한 수능 최저등급을 맞출 리 없다는 판단하에 '수학 공부를 더 해라'하셨다. (그는 수학교사였으니 이제는 그를 이해해 본다.) 결국 입시 논술 작문 연습을 단 한 번도 못한 채 수능을 쳤다. 놀랍지도 않게 나는 지망한 모든 대학의 최저등급을 맞췄고, 응시한 모든 논술고사에서 예비 1, 2번으로 떨어지는 고배를 맛봤다. 몇 번만 써봤어도.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는지만 알았어도.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교에 진학할 수야 있었지만 한동안 글쓰기는 내게 탈락의 초라함과 민망함을 끌어냈다.


성인이 되어서는 너무 기쁠 때나 너무 괴로울 때 짧은 글에 감정을 뱉은 뒤 치워버리는 식의 글쓰기를 했다. 이를테면 대상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현실을 그르치고 말 거라는 불안감이 덮칠 때 뭉친 감정을 글에 털어내는 식이었다. 네이버 메모장, 워드, 노션을 이용해 어떤 글이든 썼고 다시는 열어보지 않았다. 작가인 나조차 다시 읽지 않았으니 당연히 남에게도 열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 좀 잘 쓰는지도~어 근데 논술은 탈락했지~글쓰기야 감쓰지 뭐~‘ 하는 감각들이 뭉치니 어쩐지 글을 쓴다는 사실이 민망스러웠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것이 글이다 보니 누구나 내 글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글쓰기에 대한 사랑은 그 온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절대 주체적으로 쓰지는 않는 삶을 살던 중, 친구의 제안으로 와사비라이팅클럽 3기에 참여하게 됐다.


와라클은 쓰고 싶을 때 쓰던 습관에는 반하는 규칙을 가진다. 나는 1주에 1개 글을 마감해야 했고, 이것은 모두가 볼 수 있는 게시판에 게재한다.

타인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다는 형식 또한 두렵지만 매력적인 요소였다. 내 글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지 수용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의도한 바대로 읽힐지 혹은 어쩐지 엉성한 건축물처럼 보일지는 내보이기 전에는 모른다.


월요일에는 피드백 조 구성을 확인하고, 목요일에는 서둘러 조원들의 글에 피드백을 보내고. 랜선 작업실이 열리면 열심히 참여해서 또 글을 쓰다가 일요일이 되면 마감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4개의 글을 완성한 채였다.

그런데 이보다도 큰 수확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 점이다. 글을 쓰다 보면 겪게 되는 혼란, 포기, 비판, 수용과 같은 단계들을 함께 넘어온 동기가 생긴 점도 기뻤다.


와라클은 3기를 끝으로 잠시 정비 기간을 갖는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유지할지는 고민이 된다. 위에 나열한 것 외에도 글을 꾸준히 쓰며 얻은 게 많아, 어떤 방법으로든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게재해 볼 예정이다. 일단 시작하면 결과물이 나와 있을 것. 글감은 어디에나 있고 시련조차 글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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