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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모아 Dec 23. 2022

문학을 공부해야하는 이유

need가 아닌  want로부터 학습동기를 만들어라  

  어제 수업중에 재밌는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비문학이나 문법은 배워두면 많은 쓸모가 있으니 배워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데 문학은 왜 배워야하죠?"라는 질문이었다.


  문학을 왜 배워야하는가? 

학교에서 가르치니까?, 좋은 점수를 얻기위해서?, 대학에서 요구하기 때문에?와 같은 대답이 떠올랐지만, 뭔가 좋은 답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비문학이나 문법과 비교하여 질문한 학생의 의도를 고려하면 문학 공부가 그 학생에게 줄 수 있는 효용성은 다른 모든 과목도 똑같이 제공할 수 있는 정도의 효용일 뿐이다. 앞서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나는 학생 스스로의 학습 동기와 의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학생들을 설득할 때, 그 과목을 공부해야할 필요성need만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학생의 마음을 이끌어내려면 차가운 논리로 만든 필요가 아닌,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는 욕망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우리만 해도 어떠한가? 당신은 오늘 저녁에, 당신에게 필요한 음식을 먹는가?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음식을 먹는가? 

want는 우리가 즉각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몸에 안좋은, 필요 없는 온갖 음식까지도, 먹어야할 필요를 알아서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당장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여행 정보나, 최신 패션 혹은 IT제품 정보, 영화 정보 따위를 스스로 찾아 공부하지 않던가. 


  필요만으로 공부하는 학생은 외부자극이나 낮은 성적과 같은 요인에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 개인적으로도 고등학교 때 고전시가나 문법을 배울 때 무척 재미없었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되고 군대도 전역한 어느날, 문득 떠오른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라는 시조 한 구절이 떠올라 스스로 고전시가를 인터넷에 검색해서 찾아 해매며, 마치 이집트 벽화 해석하듯이 고전시가를 해석하는 재미를 느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중학생때 그렇게 어렵던 문법이 한번 재미를 느끼니, 아무리 어렵고 헷갈리는 문제를 만나서 심지어 틀리더라도, 그 힘든 과정에서도 의욕이 꺾이지 않았던 기억도 난다.


 성적이 안나오는 대부분의 남학생들이, 신기하게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 공부는 밤을 세워가며 하고는 한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려면 최소 3달정도의 지루한 연습과정을 포함한 각 포지션별 역할에 대한 공부, 용어와 스킬활용 등에 대해서 공부해야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그 게임을 좋아했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너무 재미없고 어렵고 힘들었다고 대답한다.  남학생들이 재미없는 게임을 배우는 그 오랜 과정을 버티고나면 결국 스스로 재미를 느껴서 그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게임을 찾아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학창시절 친구들은 부모보다 훨씬 좋은 코치이다. 그들은 어떻게 친구를 설득해야 친구가 그 지루한 쪼렙과정을 버텨내는지 알기때문이다. 게임을 싫어하는 여학생을 앉혀놓고 페이커를 데려와서 가르친들, 혹은 화장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남학생에게 피부관리나 화장법과 같은 유용한 전문지식을 아무리 늘어놓는들 과연 그 학생들의 want를 자극할 수 있을까? 재미없는 오랜 훈련 과정을 버티게하는 힘은, 이 과정이 너한테 꼭 필요하다는 논리가 아니라, 이 게임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길러진다. 자녀에게 책을 읽게하고 싶으면 부모부터 매일 저녁 거실에서 책을 읽으면 된다는 속설도 이러한 원리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필요성을 따진다면, 문학 따위를 공부해야할 필요는 없다. 스키를 열심히 배워둔 사람은 남은 인생에서, 여행을 다니든 휴가를 계획하든 그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삶을 살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스키따위 안배워도 잘 살고 있는데?'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렇게 살아간다. 문학은 스키나 요리, 수영과 같은 어떤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수학도 영어도 마찬가지다. 계산은 계산기가, 외국어는 파파고가 알아서 해주는 시대다. 어떤 기술을 꼭 배워야할 필요나 이유 따위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학생들에게 자꾸 공부가 '필요'하다고만 말한다. 내 생각엔 그런 호소에는 설득력이 없다. 


내가 학생에게 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문학을 배워야할 이유따위는 없다. 배우기 싫으면 안 배워도 된다.
그럼에도 내 경험상 문학은 너무나 재밌기에, 너와 함께 공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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