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의 아줌마가 혼자 떠난 여행이야기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인 걸까?
그 무엇 하나 특별한 것을 바란 적 없는 서른다섯의 아줌마.
이게 나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당한 표현법인 것 같다.
뒤돌아 돌이켜 보면, 사 남매 중 난 제일 유별난 둘째였다.
열이 38도가 넘는데도 해열제를 먹지 않겠다며 앙 다문 입을 절대 열지 않던 일곱 살,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이 시작된 2차 성징으로 목욕탕을 안 가겠다고 울며불며 고집 피우던 열두 살,
사춘기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방황으로 부모 마음에 대못을 박았던 열일곱 살,
대학은 무조건 타지로 가겠다며, 원룸을 안 구해주면 그냥 공장에 취업하겠다고 우긴 스무 살,
이 남자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9살 많은 남자를 데려와 협박하던 스물여섯 살,
서른이 넘도록 결혼생각 안 하며 부모 속을 태운 서른두 살,
내가 원하는 날짜에 결혼하겠다고 우기며, 끝까지 고집 피운 서른세 살.
평범한 듯 아닌 듯, 그렇게 나는 우리 집에 가장 골칫덩이이자 유별난 딸이었다.
늦은 나이 서른셋에 결혼해서, 꽃길만 펼쳐질 것 같던 나의 인생은
다시 한번 유별나기 그지없는 인생으로 곤두박질치고 만다.
나의 전남편(엑스라고 칭하겠다), 엑스는 알코올의존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하루라도 맥주를 안 마시면 예민해지고,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모든 일에 의욕이 없었다.
나의 결혼생활은 즐거움도 잠시, 곧 지옥으로 가는 길이었다.
술로 인한 싸움이 잦아지고 나는 점점 지쳐 삶의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작은 것에도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고, 소리 지르는 날이 빈번하게 늘어갔다.
정말 죽.을.것.만.같.았.다.
이대로 있다간, 나에게 큰일이 닥칠 것만 같아 대책이 필요했다.
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디라도 좋았다. 이 집만 아니라면 숨통이 트일 것만 같았다.
마음을 먹자마자, 난 미친 듯이 여행지를 검색했다
'여자혼자 해외여행' , '여자혼자 한 달 살기' , '혼자여행 가기 좋은 나라'
그러다 우연히 '치앙마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많고, 치안도 좋아 여자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글에,
나는 어느새 티켓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가장 가까운 날로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어버리고 행동으로 옮겼다.
혼자서 국내여행은 많이 다녀봤어도, 해외여행은 처음이었기에
두려움과 설렘이 줄다리기라도 하듯, 몇 분 간격으로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한 달, 내가 한 달이나 여행을 가다니. 그것도 해외로 말이야!'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곳에 가서 더 지옥을 맛보면 어떻게 해야 하지?'
널뛰기하는 심장을 부여잡고, 나는 치앙마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늘 위에서 나는 비로소 약간의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5시간 30분을 날아, 낯선 땅 태국 '치앙마이'에 도착을 했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기분 좋은 습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이제 막 도착했는데, 마치 이 여행을 성공한 것처럼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자~ 이제 내가 예약한 숙소로 가볼까?'
첫날은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 묵어보기로 했다. 치앙마이의 호텔은 대부분 저렴했으나,
한 달을 살아야 하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너무 고급진 호텔을 예약할 수는 없었다.
적당히 가성비 좋고 후기 좋은 호텔로 예약을 해야 했다.
어두컴컴했지만, 깔끔한 게 맘에 들었다.
짐을 풀고 나니 저녁 7시였다. 집에서 출발해 치앙마이까지 오기 장장 13시간이나 걸렸다.
아직 유심도 사지 못했고, 어디를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저녁은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사 먹기로 결정했다.
샌드위치, 요구르트, 맥주하나, 간식거리 몇 개.
나의 저녁은 단출했다.
그렇지만, 마음은 매우 풍요로웠다.
오늘 하루종일 기내식 한 끼가 전부였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하루하루 매일이 행복할 것만 같다.
식사(?)를 마친 뒤, 침대에 엎드려 일기장을 폈다.
이번 여행은 매일매일 일기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의 첫 도전을 글로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자, 한자 써 내려가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도망치듯 온 여행이라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기에 잘 도착했냐는 연락한 통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이가 안 좋았던 엑스는 내 여행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혼자 여행을 가냐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그런 사람이 잘 도착했냐는 연락을 할리가 없다. 내 예상대로 그날이 다 지나도록 연락한 통이 없었다.
어두워진 밤만큼이나 어두컴컴해진 마음에 먹구름이 가득해져 갔다.
' 나 한 달 동안 괜찮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