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의 아줌마가 혼자 떠난 여행이야기
짹짹짹짹
아침을 알리는 알람소리마냥 새들이 울어댔다.
방음이 얼마나 허술한지 새가 방 안으로 들어온 줄 알았다.
오늘은 USIM을 사야 했기에
부지런히 일어나 준비를 했다.
9시 50분쯤 호텔을 나왔다.
유심을 파는 마야몰까지는 도보 10분 거리..
적응 안 되는 날씨였지만,
구름 덕분에 무난하게 걸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 나 혼자 이 외딴섬 같은 곳에 홀로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높은 빌딩도 아파트도 없고, 낯익은 얼굴의 사람들도 없는데
나는 아직 한국에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나의 마음은 조금 늦게 출발한 것 같다.
마야몰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다.
이곳에서 파는 유심이 제일 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유심 없이 하루를 버텨냈다.
그러나, 마야몰의 오픈 시간은 11시.
내 마음의 빗장처럼 입구는 단단하게 닫혀있었다.
이런 변수는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주변을 맴돌며 서성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하 식당은 10시 오픈이었다.
무작정, 나는 지하로 내려갔다.
분주하게 오픈준비를 하는 식당들 사이에서
음식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한 곳을 선택했다.
' 그래 이거야! "
번역조차 안 되는 현실에서, 나는 가장 한국음식처럼 보이는 사진 하나를 선택했다.
누가 봐도, 닭 아니면 돼지일 것 같았다.
사진과 비슷한 비주얼의 밥이 나왔고,
맛은 달달한 제육덮밥 같은 느낌이었다.
마늘 껍질 같은 무엇인가가 자꾸 씹히긴 했지만, 나름 맛있는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조금 어슬렁 대다 보니,,
어느덧 오픈시간이 다가왔다.. 11시 땡 하자 에스컬레이터로 사람들이 우르르 이동했다.
나도 그 우르르에 섞여서,, 3층으로 이동했다.
한참을 그곳에서 방황을 하다 보니, 뒤늦게 출발한 마음이 도착했는지
그제야 치앙마이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유심도 했겠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마음이 평온해진 나는 치앙마이 투어를 시작했다.
블로그에서 유명한 커피숍을 찾아냈다.
'리스트레토'
유명하다고 해서 왔지만
그냥 보통의 커피숍이었다.
비싸서 그랬나?
커피맛은 맛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12시를 넘기고 있었고
나는 집 나온 똥개처럼, 골목 여기저기를 뒤지며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원래 가려고 찾아두었던 맛집은, 구글에서는 영업 중이라고 되어있었지만
막상 찾아가니 휴무날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무더운 더위에,, 온몸이 녹아가는 것 같았다.
이제는 선택지가 없다.
구글지도를 뒤져 평점 좋은 가장 가까운 가게로 들어갔다.
'어랏? 에어컨이 없네?'
한여름 폭염 같은 날씨에,
에어컨 없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치앙마이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서인지 더위와의 싸움에서 조금은 이길 수 있었다.
에그팟타이와 오렌지주스를 시켰다.
내 인생 첫 팟타이와 마주한 나는 적잖게 당황을 했고,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장님에게 그것을 들킬까
태연한 척 얼른 입으로 가져갔다.
생각보다 새콤 매콤한 팟타이였다.
치앙마이에서의 온전한 하루,
이상하리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하루가
나는 그렇게도 이상했다.
한국에서의 늘 마음이 바쁘기만 했던 난.
어느새 평온함을 받아들이는 게 어색할 만큼 변해있었다.
어둠이 내리기 전, 숙소로 돌아온 나는 일기장을 꺼내 열었다.
오늘의 이 기분이 사라지기 전에 일기장 속에 꼭꼭 묶어두고 싶었다.
한자, 한자 꾹꾹 눌러써 내려가는 일기장의 글씨가 번지기 시작했다.
오늘 역시 한 번도 울리지 않은 메시지알림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 조용한 평화로움이 너무나도 벅차서였을까..
쉽게 잠들지 못한 두 번째 밤..
' 나 정말 혼자서 괜찮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