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의 아줌마가 혼자 떠난 여행이야기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치앙마이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아침.
새소리가 흥겨운 멜로디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호텔에서, 원룸으로 이사하는 날!
가성비 맨션으로 유명한 싼티탐의 뷰도이맨션
10시 입실 예약을 해놨던 터라, 뷰랴뷰랴 그랩을 타고 이동을 했다.
10분 전 도착을 했지만, 데스크엔 FULL이란 글자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쉬는듯한 외국인 몇 명은 나에겐 관심도 없는 듯 자기만의 세계의 빠져있었다.
10시 10분이 되어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혹시나 내가 예약을 잘 못 한 걸까,, 불안감이 엄습해 오던 찰나
소파에 앉아있던 외국이 한 명이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 쏼라쏼라쏼라.... "
학창 시절 영어 듣기 평가가 제일 싫었던 나였기에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고,
커지는 불안감과 달리, 귓구멍은 점점 작아져만 가는지
아무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인에게 메일을 보내놓고,
여행카페에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치앙마이에 계셨던 분이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주었고 그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행복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에게 몇 가지 안내사항을 전해 듣고 룸키를 전달받았다.
호텔보다는 좀 더 정겨운 느낌의 원룸이었지만, 나는 이곳이 훨씬 좋았다.
마치 싼티탐 주민이 된 듯, 이 방의 주인이 온전히 나인 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침대, 티브이, 옷장, 냉장고, 책상, 화장대 없는 게 없었다.
아! 없는 게 있다면 날 시원하게 얼려 줄 에어컨이 없었다.
티브이 위에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는 선풍기가 날 비웃기라도 하듯
침대까지는 바람을 보내주지 않았다.
화장실은 꽤나 깨끗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변기에 버린 음료수가 날 비극으로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
분명 음료수를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리고 나는 장을 봐왔지만,,
변기 속은 어느새 개미들의 휴양지가 되어있었고
몇 마리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의 개미떼를 나는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그 뒤로 개미가 오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며 생활할 수 있었다.
싼티탐은 너무도 조용한 한적한 동네였다.
외국인이 많이 없는 이 동네는 태국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매일 이 골목을 거닐며, 그들의 삶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평온했다.
이곳에서는 바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식당을 가도, 커피숍을 가도, 마트를 가도
바쁘게 걷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오늘부터 한 달간 이곳에서 지낸다고 생각하니, 뭔가 가슴이 웅장해져 왔다.
필요한 것도 많아졌다.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된 쇼핑센터가 있었다.
'깟수언깨우' 이 쇼핑센터 앞에는 야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지금은 폐업하고 없어졌다고 한다.ㅠㅠ)
햇빛이 쨍쨍한 시간에 온 나는 야시장은 구경하지 못했고
대신 쇼핑센터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대충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찾아가 무엇을 먹는지 탐색했다.
내가 고르는 반찬을 밥 위에 올려주는 시스템(?)같은 거였다.
나는 눈치껏 앞사람이 고른 걸 캐치해 두었다가 손가락으로 요리조리 주문을 했다.
이 한 그릇이 30밧였다.
어제 마야몰 덮밥은 60밧였는데.
이곳이 물가가 더 싸긴 하다.
맛집에 가서 남들이 먹는 걸 먹으면 실패확률이 낮다고 하지 않는가?
나의 예상은 적중했고,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 맛있는 밥이었다.
며칠 전 내가 살고 있던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들인데
내 시야는, 내 마음은 크게 달라지고 있었다.
평범한 자동차, 평범한 오토바이, 평범한 아스팔트 속에 있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나인데
왜 내 눈에는 특별하기만 한 자동차와, 특별한 오토바이, 특별한 길거리 속
특별해져 가는 나로 보이는 걸까?
여행에서 삶으로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나는 많은 게 달라졌다.
이제는 울리지 않는 휴대폰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날 찾든 찾지 않든 점점 상관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내 눈에 이제야 비로소 온전한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내 마음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치유되는 만큼, 설렘도 커져만 갔다.
' 인생! 그거 별거 없어. 일단 한걸음만 떼어봐 그럼 금방 달릴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