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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린 Mar 06. 2021

고양이를 키운다고?

초보집사가 고양이를 입양하기까지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스스로 자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력을 지니게 되었을 때 또다른 가족으로 반려묘 입양을 계획하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와 생활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입양을 앞두고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했다. 


어릴적 시골에서 개를 키워본 적은 있었지만 고양이를 길게 키워본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시골에서 고양이는 우선 도둑 고양이 취급을 받는다. 이미지가 좋지 않을 뿐더러 시장에서 양파망에 넣어 팔면 쥐잡이용 또는 몸보신용으로 사람들이 구매해 간다. 부모님도 집근처 돌아다니는 쥐를 잡기위해 고양이를 시장에서 사왔지만 매번 돌아다니는 시골개에 물려 길게 살지를 못했다. 


나는 실내에서 고양이와 생활하기 위해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얻기 시작했다. 관련 서적도 구입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매우 민감한 동물이다.]

-. 화장실 관리는 철저히 해 주어야 한다. 화장실이 마음에 안들면 테러를 할 수도 있다.

-. 병원가는걸 아주 싫어한다. 아주 민감한 고양이들은 주사바늘만 꽂아도 화를 낼 수 있다. 

-. 사료가 갑자기 바뀌어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 털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반려동물 입양시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 외에 털관리, 귀관리, 발톱깎기, 치아관리, 놀아주기, 예방접종, 중성화, 각종 병관리 등 공부하면 할 수록 한도끝도 없었다.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털관리였기 때문에 고양이 카페에 방문해서 털알러지가 있는지 없는지 여러번 확인을 했다. 고양이도 쓰담쓰담해보고 안아보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고양이들이 이렇게 얌전한 동물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고양이는 확실해 개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고양이 물품을 준비 하면서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 화장실, 이동장, 모래, 사료, 낚시대 장난감, 스크래쳐, 간식 등 입양준비도 절대 만만치 않다는걸 느꼈다. 이 정도면 동물이 아니라 사람 한명이 내 집에 들어와 거주하는 수준이었다. 고양이를 입양하기도 전에 그 넓은 집의 일부는 이미 고양이의 영역이 되어 있음을 실감했다. 


드디어 아는 사람의 소개로 고양이를 입양하는 날이 왔다. 이 날을 위해 몇날며칠 잠을 못 잘 정도로 설레였던가? 건강한 가정묘인데 아깽이가 아닌 성묘이기 때문에 적응기간은 조금 걸리고, 부모고양이의 성격이 아주아주 좋다고 들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데리러 갔다. 

부모 고양이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낯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와 쓰담쓰담을 허용할 정도로 천사수준의 성격이었다. 

‘우와~ 고양이 성격 진짜 좋다.’


근처에는 성묘가 된 그들의 새끼들이 있었는데 3번에 걸쳐 총 12마리의 새끼를 출산했다고 한다. 남은 아가들은 총 3마리 모두 여아였고, 막내는 7개월된 새끼라고 했다.

“네? 새끼라고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가 보기에도 육중하고 동글동글한 체격에 옆에 있는 다른 고양이와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아 맞아요?? 남아 아닌가요?”

너무 육중함에 나와 일행은 놀라서 다시 한번 물었다.

“네, 여아 맞습니다.”

“헉~”

고양이의 원래 주인은 내게 3마리 모두 데려가라 했지만 초보 집사라 3마리를 무리였다. 외롭지 않게 2마리만 데려가고 1마리는 부모고양이와 남겨 두기로 했다. 나는 가족처럼 잘 기르고 중성화 수술을 약속하고, 화려한 삼색의 장모 1마리와 육중한 7개월된 아가를 입양하기로 했다. 고양이들도 새로운 가족을 만나러 가는지 눈치를 챈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게는 이동장을 거절하던 아이들이 한마리 한마리 이동장에 들어가기까지는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동하면서도 스트레스 받을까봐 조마조마 하면서 기사님께 안전운전을 부탁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 아이들은 낯선환경에 처음에는 이동장에서 나오질 않았다. 나는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나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서 근처 카페에서 몇 시간을 쉬고 다시 집에 오니 고양이는 이미 이동장을 나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조용히 집안 구석구석 어디에 숨어 있나 고양이를 찾으러 다녔다. 


화장실, 베란다 문은 닫혀 있었고, 작은방 문도 닫혀 있었고 분명 거실 또는 부엌인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침대 밑에도 책상 뒷쪽에도 대형테이블 아래도 여기저기 준비해 놓은 박스 안에도 없었다. 나는 냉장고 구석에 꼬리가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숨은 장소를 발견했다. 바로 냉장고 뒷편 좁은 공간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 좁은 공간에 두마리가 한꺼번에 들어갔는지 고양이 액체설이 생각날 정도였다. 


그렇게 조용히 밤이 되었고 나는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왠지 고양이가 밤에 활동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조금 늦게 나오긴 했지만 예상대로 왔다갔다 하면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 나는 그걸 볼 수는 없었지만 잠자는 척 하면서 열심히 소리로 듣고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고양이들은 다시 숨어 있었다. 나는 후다닥 출근준비를 하고 고양이들을 위해서 빨리 집을 나왔다. 이런 생활이 정확히 일주일째가 되었을 때  드디어 삼색의 화려한 장모 냥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골드빛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는 나를 향해 한발한발 조심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와하고 도도한 발걸음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살며시 머리로 손을 뻗어 드디어 처음으로 쓰다듬는데 성공을 했다. 쉽진 않았지만 쓰다듬는 순간까지도 고양이는 아주 도도했다. 그리고 조용히 문턱에 앉아 집안의 상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나의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렸고, 그 때까지 다른 한 마리는 계속 냉장고 뒤에 숨어 있었다. 


이렇게 초보 집사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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