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못 생겼대??
나는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어떤 이름으로 불러줄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발음하기 쉽고, 고양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좀 더 멋지고 예쁘고 세련된 현대식 이름이 뭐가 있을까? 검색도 해보고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반려동물 이름들을 망고, 두부, 모찌 등 먹을것 또는 영어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세계 손에 꼽을 명품 이름인 루이비통, 코코샤넬, 발렌티노, 입생로랑 등 두 글자씩 끊어서 부르는 이름으로 고민을 해봤습니다. 도도함에 어울리는 고양이의 품격을 살려주기 위하여 삼색장모의 첫째는 부르기 쉬운 ‘코코’로 하였습니다. 짙은 회색빛의 동글동글한 둘째는 고민 끝에 비통, 샤넬, 로랑 등 발음이 어려워 고민 끝에 ‘브라우니’라는 중성적인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두 아이의 이름은 합쳐서 ‘코코브라우니’가 되었습니다. 나의 반려묘를 보는 이들은 장모인 첫째 아이를 보면 ‘와!’ 하면서 예쁘다고 감탄을 했지만 둘째인 브라우니를 보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씩 하곤 했습니다.
“이게 고양이냐? 강아지 아니야?’”
“고양이가 왜 이렇게 못생겼냐?”
“얘네… 자매 맞아? 너무 다른데?”
“똥고양이?”
나는 이 아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육중한 아깽이로 못생겼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흔하지 않은 짙은 회색에 중간에 황색이 껴 있기 때문에 ‘많이 특이하다’ 이 정도가 다였습니다. 사람에게는 인연이라는게 있듯이 어쩌면 고양이과 집사간에 오묘한 묘연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외모와는 달리 둘째 아이는 상당한 개구쟁이였습니다. 잠을 자고 있으면 밤새 혼자 질릴 때까지 오뚜기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면 골골송을 크게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도도하고 우와한 첫째와는 달리 타인에게는 까칠하고 환경변화에 엄청 민감하지만 집사에게만 개냥이가 될 정도로 애교가 넘쳤습니다. 심지어 동물병원의 원장님은 둘째 아이의 발톱을 깎아주면서 “개냥이, 너 주인 잘 만났다.” 한마디 하면서 픽 웃어주었습니다. 사실 둘째 아이의 성향을 가진 고양이가 흔하지 않다는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내 예상이 맞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둘째 아이는 시간이 흘러 개냥이가 되었고, ‘브라우니’라는 네글자 이름보다는 어느순간 ‘강아지’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가끔 가족들이 오면 장난식으로 ‘똥개’ 또는 ‘똥강아지’ 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나는 친근하고 부르기 쉬운 ‘강아지’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강아지, 이리와.”
“야옹~~”
누군가에게는 이런 대화가 어색하겠지만 나와 고양이들 사이에는 흔한 순간이었습니다. 자기 이름을 부르는걸 아는 듯이 둘째 아이는 뱃살을 출렁이며 내게 달려옵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출렁이는 뱃살까지도 고양이의 존재는 사랑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둘째 아이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에서 강아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