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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린 Apr 11. 2021

아침햇살과 고양이털

집사는 부지런해야 한다

고양이와 처음 살던 집은 아침햇살을 느낄 수 있는 동향집이었습니다. 겨울은 햇살이 덜 들어 오지만 봄~가을까지는 아침햇살 덕분에 늦잠을 잘 수 없는 곳이라 항상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 털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눈부신 아침햇살은 언제나 봐도 상쾌하고 방 안으로 스며드는 따스함은 언제나 감성을 충만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겨울에는 잘 못 느끼지만 봄이 되면 그 햇살의 존재감과 소중함을 매일 깨달으면서 눈을 뜹니다. 또 한 가지 바로 아침햇살 사이로 비치는 미세한 고양이 털을 보면 자다가도 안 깰 수가 없었습니다.


고양이들은 야행성이지만 새벽일찍 또는 아침에 기운이 넘쳐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아침의 우다다는 굳이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아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가끔 장난삼아 배 위를 밟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가끔 잠결에 눈을 뜨면 사뿐사뿐 걷는 고양이들의 발걸음보다 더 가벼운 고양이 털은 휙~~ 공중에 날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헉~~ 고양이 털을 보면 눈을 감고 싶어도 뜰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미인은 잠꾸러기_늦잠자는 코코

고양이는 털만 빼면 정말 완벽한 동물이라고 말하곤 하지요. 코코와 브라우니의 털은 너무 가늘고 가벼운 솜털 같아서 바닥에 떨어지는 것 보다 우선 공중에 날아다니다 바닥에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초보 집사 시절에는 털이 생각보다 별로 안 빠지네?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고양이 털의 무서움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옷에 달라붙은 고양이 털은 돌돌이로 청소를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었습니다. 청소기로 청소를 하면 잘 모이지 않는 미세한 고양이 털이 뭉텅이로 빨려 들어가고, 차를 마시거나 식사할 때 국물에 종종 빠지기도 합니다. 가끔 대청소하는 날이면 집 안 구석구석에 고양이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무시무시한 고양이 털을 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날이면 더더욱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습니다. 진공청소기로 아침 청소를 하면서 먼지 및 고양이 털을 제거하는 것은 눈을 뜨자마자 시작하는 집사업무의 1순위였습니다. 고양이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맛동산과 감자를 캐면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깨끗한 물로 교체해 주고 사료를 채워주고, 기본적인 일이 끝나야  집사는 아침 식사 준비를 합니다.


친구가 방문한다? 아침부터 열심히 청소기로 청소를 하는 건 기본이고 정전기 밀대로 친구가 벨을 누르기 직전까지 밀고 또 밀어도 고양이 털은 어디서 끝도 없이 나오는지 무시무시했습니다. 열심히 청소한 덕분에 어쩌다 가끔 방문하는 친구들은 집이 깨끗하다, 고양이 냄새 하나도 안 나는데? 하면서 바닥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잠자기 위해서는 청소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또다시 진공청소기로 집 구석구석까지 고양이 털을 빨아들이고 눕기 직전에 밀대로 다시 한번 방바닥을 밀어서 고양이 털을 최소한 제거합니다.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면 공중에 날아다니는 고양이 털을 볼 수 있겠지만 사람과 고양이가 한 집안에 공존하기 위해서는 집사가 엄청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매일 느낍니다. 



예비 집사님들께

고양이털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무시무시 합니다. 고양이 입양전에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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