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란 없다
"아~ 이 노동 지옥을 벗어나고 싶다~"
나보다 한참 어린 사원 한 명은 내 옆에 일하면서 혼자 푸념을 했습니다. 개미지옥, 개미 무덤, 파리지옥까지는 들어봤지만 노동 지옥이라는 단어의 창조성에 감탄하면서 ‘픽~’ 하면서 대답 대신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
습니다.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 일보다 더 스트레스받는 건 마주치는 사람과의 갈등, 이래라저래라 하는 관리자들의 지시사항,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과 함께 많은 사람은 노동 지옥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노동의 대가로 받는 급여로는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가 힘듭니다. 아주 어렵게 안 쓰고 모으지 않는 이상 언제나 통장을 스쳐나가고 남은 건 거의 없기 때문이죠. 나보다 한 참 어린 사원은 아직 20대 청춘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과거의 잘 나가던 부동산도 거품이 꺼져가고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에 은행 예·적금 이율은 점점 떨어지고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에 온라인 창업까지 포화상태인 현실을 보면 아마 20대의 젊은 청춘들은 암울함을 느꼈을 겁니다. 최근 유행하는 영끝, 빚투라는 신조어에서도 젊은 세대들의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얼마나 사는 게 힘들었으면 노동 지옥을 벗어나고 싶다는 푸념을 늘어놨을까요? 나도긴 시간 동안 월급쟁이의 삶을 살면서 느꼈지만 이대로라면 왠지 평생 죽을 때까지 일해서 입에 풀칠만 하다 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들보다 좋은 직장을 다녔고, 급여도 조금 많이 받는 편이었지만 월급쟁이는 월급쟁이일 뿐이었습니다. 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돈이 되는 어떤 일이 있나 열심히 검색을 해야 했고, 회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서 자기계발을 열심히 해야만 했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비전 있고, 좋은 회사라도 개인의 비전과는 다르기 때문이지요. 나는 실제 정년까지 다닌 직장인을 딱 1명 봤습니다. 그분이 정년퇴직을 했다는 말을 듣고 축하를 해야 할까? 아니면 슬퍼해야 할까? 속으로는 매우 난감했습니다. 55세에 퇴직을 하고 남은 여생으로는 또 다른 뭔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마지막으로 회사를 퇴사하면서 사직서를 쓰고 나오면서 자유로움을 느꼈을 때 짧은 시간 동안 노동 지옥을 벗어났다. 생각했지만 그건 회사를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나는 직장인이 아닌 사업자로서 스토어팜도 운영해보고, 제휴마케팅, 알바까지 다니면서 먹고 살기 위해 소득 활동을 했습니다. 퇴사 후 또 다른 노동 지옥에서 소득 활동을 하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살아있는 한 노동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동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면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소득 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나는 매일 반복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원치 않았기에 퇴사 이후 별도로 취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나를 보고 몇몇 주위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먹고사는지 의아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다면 노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할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