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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린 Apr 04. 2021

고양이가 좋아하는 향

바로 나에게 있었다

나는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과거에는 그냥 내 옆에 있는  동물의 존재 자체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반려동물은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먹고 자고 하면서 가족처럼 친구처럼 공감과 소통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약 15년 동안은 동물보다 사람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펫아로마테라피 세미나를 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번 기회에 나와 함께 하는 고양이들에 대해 더 알기 위해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기회였지만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들은 집사가 옆에 있다해도 환경변화에 대한 스트레스에 민감하기 때문에 혼자 참석했습니다. 강아지를 데려온 사람들도 여러 명 있었고, 동물들은 훈련이 잘되었는지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책상 위 또는 이동장에서도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의 음양 체질 체크, 체질 분석하기, 펫 오행 체질 체크 순서대로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반려견에 관련된 내용이라 나와 함께 하는 반려묘는 알아서 체크해서 적용해야 했습니다.


아름둥이 코코

아주 도도한 공주 스타일

몸이 허약하다

방광염

사교성 매우 좋음

고급스럽고 풍성한 모질

식탐이 많다

살이 안찌는 마른 체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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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강아지)

뒷골목의 깡패 스타일(집사한테만…)

겁이많고 소심하다

사교성 제로

집사만 바라본다(낯선 사람 싫어함)

식탐은 없지만 육중한 체격

장난기 많음

자신만의 공간을 매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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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들으면서 코코 브라우니에 대해 이렇게 정리가 되었지만, 문제는 목화토금수 중 어떤 체질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었습니다. Oh my god!

오행 강의가 간단히 끝나자 체질 향수 만들기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향수 만들기 강의는 짧은 설명과 함께  반려동물의 체질에 따라 맞춤형 향수를 강사진들이 직접 제작해 주었습니다. 맞춤형 향수는 딱 1개씩만 제공되기에 코코와 브라우니 둘 중 한 마리에게만 적용해야 했습니다.


코코를 위한 향수

나는 전부터 느꼈지만, 코코는 나와 반대의 성향이었고, 브라우니는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성향이 반대라 나와 잘 안 맞아서 코코가 가끔 방광염에 걸리고 몸이 허약하지 않냐는 고민도 한 적이 있었거든요. 보통 방광염은 남아들이 잘 걸리는 병이라 병원에서도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짧은 고민 끝에 코코를 위한 향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나와 맞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 맞춰 가자는 의미였습니다. 맞거나 말거나 우선 코코에 대한 체질을 이야기하자 맞춤형 향수는 즉석에서 제작되었습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랑스럽게 향수를 손 목에 살짝 뿌리고 고양이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설마 했지만 낯선 향을 맡자 고양이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들은 참치나 치킨 등 먹을 것 냄새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이런 향을 반길 일은 없겠지요. 다만 이번 기회에 짧게나마 동물의 체질에 대해 분석을 하고 코코 브라우니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 실제 우리 고양이들이 먹을 것 다음으로 좋아하는 향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집사의 상큼한 머리 냄새였습니다. 샴푸를 여러 개 바꿔봐도 고양이들은 집사의 약간 덜 마른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며 골골송을 부릅니다. 머리카락으로 장난치면서 자신의 냄새를 머리카락에 묻히는 걸 좋아하더군요. 결국 고양이가 좋아하는 향은 바로 내게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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