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회사에서 반도체 회사로 이직하게 됐다. 배터리 업계에 있어보니, ‘배터리 산업은 유망하지 않다’, ‘지금 2차 전지 시장은 거품이다’ 이런 생각으로 이직을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배터리 산업은 현재 언론에서 말하는 거만큼 유망하고, 배터리 산업 안에서도 우리 회사의 성장 가능성은 다른 기업보다 더 높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회사를 다니면서 끊임없이 이직 준비를 했고, 마침내 중고 신입으로 반도체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배터리 회사의 취직
원래는 반도체 회사에 취직하고 싶었다. 그러나 석사 졸업 학기에 반도체 회사 2곳 모두 서류 탈락이라는 쓴 맛을 봤다. 석사까지 했기 때문에 당연히 서류는 합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취업 시장은 녹록지 않았다. 졸업 후, 취준 생활을 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감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졸업 학기 때는 아직 학생이라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나 정도의 학력과 스펙이면 어디든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취업 준비를 한다. 그러나 서류, 인적성, 면접이라는 3개의 산을 넘지 못하고 쓸쓸히 졸업을 하게 되면 현실을 깨닫게 된다. 면접이라도 보면 다행이지만, 첫 취준에서는 서류 탈락만 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도 첫 취준에서 서류 탈락 후 현실을 깨달으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코로나로 기업의 매출이 줄고 고용도 그만큼 감소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첫 취준에서의 실패와 취업 한파라는 분위기 속에 반도체뿐만 아니라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회사에 지원했다. 그렇게 운 좋게 배터리 회사 1위 기업에 취업하게 되었다. 반도체 회사 2곳은 여전히 서류 탈락이었다. 그렇게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배터리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직의 이유
비록 원하던 회사는 아니었지만, 정말 좋은 회사였다. 최근에 커진 회사답게 연령층이 어리고 수평적인 분위기였다. 회사의 장점에 대해 말하자면 이번 글에서는 다 쓸 수 없을 것이다. 정말 만족스러운 회사였지만 원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배터리 산업이 커지고는 있지만 아직 반도체 산업만큼 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우리나라 시총 1위 기업에서 일하면서 성장하고 싶었다. 어쩌면 별거 없는 미련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한 회사에서 만족해하는 것보다 더 큰 회사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할 수 없기에,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직을 준비하게 됐다.
결론
아직은 반도체 회사에 입사를 하지 않은 상태라, ‘더 좋다’, ‘생각만큼 좋지는 않지만 만족스럽다’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전부터 가고 싶었던 산업군과 회사였고, 생각만큼 회사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 없는 이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가장 핫한 이차 전지 산업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굳이?’라고 표현하며 나의 이직을 의아해했다. 나 역시도 미래에 배터리 산업이 반도체 산업보다 커지고,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다니게 될 회사보다 시총이 커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나의 오랜 꿈이었고, 반도체 산업이 배터리 산업보다 클 것이라는 나의 통찰을 바탕으로 이직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