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이야기
대학교 4학년 때 면접을 3곳 봤다. 정유사, 자동차 회사, 석유 화학회사. 그러나 신기하게도 면접 분위기는 다 달랐다. 정유사는 매우 딱딱했고 석유 화학회 사는 부드럽게 대해주었다. 자동차 회사는 r&d직무여서 그런지 포트폴리오 발표를 시키면서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대해주었다. 아무 스펙이 없던 나였기에, 포트폴리오 발표 준비는 매우 힘들었고 발표하기 민망할 정도로 내용이 없었다. 아마 이 면접 이후 석사 진학을 생각했던 거 같다.
그러나 석사 졸업 후 면접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자동차 회사에서 봤던 면접이 매우 난도 높은 면접이었다는 것이다. 면접장에 가서 인성 검사를 풀고 간략한 적성 검사를 봤다. 해당 회사의 적성 시험이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가서 적성 시험을 봐서 당황했었다. 인적성 검사를 보고 pt문제가 2문제 주어지고 20분 동안 푼다. 그 후 면접장에 가서 포트폴리오 발표와 pt 발표, 그 외 직무 관련 질문을 받았다. 면접 시간만 1시간 정도로 면접장에서 있었던 시간은 총 4시간 정도 됐던 것 같다. 4시간이라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면 덜 힘들었을 텐데 계속 뭘 하다 보니 집 가는 길에 녹초가 되어있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아마 면접 난이도가 제일 낮을 것이다. 석사생이지만 포트폴리오 발표도 없고 하루에 임원 면접과 직무 면접 각각 15분 정도씩 보고 끝난다. 이곳도 면접장에는 3시간 정도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기다리는 시간이다. 그래서 면접이 끝나고 힘들다는 느낌보다는 면접에서의 아쉬운 점이 계속 생각난다. 특이한 것은, 내가 봤던 면접 중에서 포트폴리오 발표를 안 시킨 회사는 이곳이 유일했다. 난 이곳에서 면접을 두 번봤다. 처음에는 떨어졌고 두 번째에는 합격했다. 첫 번째 면접이 끝났을 때는 답답함이 들었다. 내가 대답을 못 했다기보다는 면접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나 어필하고 싶은 역량을 전혀 말하지 못했고 공격적인 질문에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 면접이 끝나고 복기했을 때 후회조차 들지 않았다. 면접장에서는 내가 손도 쓰지 못할 정도로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첫 질문의 중요성
면접에서는 첫 질문이 제일 중요한 거 같다. 면접관 입장에서 가장 궁금하면서 앞으로의 면접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이다. 첫 번째 질문이 내 약점을 파고드는 공격적인 질문이라면 앞으로의 면접 분위기는 계속 공격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난한 질문이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면, 역시 공격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상했던 질문이 나온다면 예상 답변을 말하면서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 그렇다면 면접 분위기도 한층 온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첫 질문을 어떻게 잘 받아야 할까?
이력서를 신경 쓰자
첫 질문은 자소서가 아니라 이력서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면접관들은 자소서를 보지 않는다. 아마 1분 자기소개 시간 동안 이력서만 훑어볼 것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질문할 것이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자소서는 일주일 동안 붙잡고 쓰지만 이력서는 지원서 제출 전 30분 동안만 쓴다. 그러나 사실 면접에서는 이력서만 보고 질문이 들어온다. 그러므로 이력서를 잘 관리해야 된다. 내가 어필하고 싶은 역량이나 경험이 있으면 자소서에만 쓰는 게 아니라 이력서에도 써야 한다. 자소서에 써서 알아서 질문이 올 거라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면, 첫 질문은 왜 직무 관련 역량이 없냐는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올 것이다. 이력서에서 나의 약점이 보인다면 방어 대답을 준비해야 된다. 나의 약점은 이력서에서만 찾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력서에서의 약점만 잘 준비해 간다면 면접 난이도를 낮출 수 있다.
결론
면접에서 첫 질문은 면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이정표이다. 첫 질문이 잘 받기 위해서는 이력서가 중요하다. 나의 특이한 경험이나 자랑하고 싶은 역량이 있다면 무조건 써야 된다. 이러한 경험이나 역량을 자소서에만 쓰고 이력서에 쓰지 않는다면, 첫 질문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무엇을 했냐”로 시작하며 이미 면접관들은 색안경을 끼고 날 떨어뜨리기 위한 질문들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