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까지 산타가 가짜라고 믿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당연히 엄마 아빠가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산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냥 모르는 척 넘겼다.
그런데 어느 날 뉴스에서 산타의 썰매 위치가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었다.
지도 위의 빨간 점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 보자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어? 진짜 있나 보네?’
그 순간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산타는 동화책에 나오는 착한 할아버지와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장난을 아주 심하게 치는 산타였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이번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나는 선물을 뜯어보자마자 너무 실망해서 그 자리에서 한 시간을 쭈우우욱 울었다.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30분을 더 울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기대가 컸다.
산타는 내가 가장 원하던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내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루미큐브라는 보드게임이었다.
내 표정을 본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기가 원하는 걸 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산타는 어린이 나이에 알맞은 선물을 준대.”
그 말을 듣자 억울한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나는 바로 대꾸했다.
“나는 인스타 360 카메라랑 어그레시브 인라인스케이트 갖고 싶다고 했잖아!
매일매일 말했는데!”
엄마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끝을 흐렸다.
“그럼 산타 할아버지가 ‘심사’를 하신 모양이네.”
“심사?”
“응. 아직 어린이한테 위험하거나 어울리지 않으면 탈락시키기도 한대.
그래서 대신 다른 걸 주신 거지.”
갖고 싶은 걸 말하라더니 막상 말하면 안 된다고 하다니.
나는 산타의 장난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산타가 정말 미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 엄마가 아무 말 없이 게임 상자를 열었다.
“우리 딱 한 판만 해볼까?
막상 해보면 재미있을 수도 있잖아.”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판만 해보기로 했다.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꽤 재미있었다.
게임이 잘 풀리자 이기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나는 엄마가 안 보는 틈을 타 칩 하나를 슬쩍 다리 아래로 숨겼다.
그 순간에는 완전범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바로 알아챘다.
“윤~ 너, 지금 반칙 썼지?”
엄마는 타일을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엄마 이 게임 안 해.
정정당당하게 안 할 거면 다신 같이 안 놀아.”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 게임이 꽤 마음에 든다.
하면 할수록 더 재미있다.
산타도 다시 좋아졌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장난을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