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나에게 늘 새로운 맛의 세계를 열어주는 사람이다.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드시거나 회식을 하실 때,
유난히 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면 꼭 내 생각을 하신다고 한다.
아빠는 그런 맛집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다가,
마치 숨겨둔 보물 상자를 열듯 하나씩 꺼내어 나를 데려가 주신다.
어제는 주말을 맞아 ‘점프’ 공연을 보고 나서,
아빠가 미리 봐 둔 대만 우육탕면 집으로 향했다.
“윤아, 아빠는 여기 면발을 좋아해. 이거 한번 먹어봐.”
우리는 우육탕면과 볶음면, 그리고 소고기 볶음밥을 시켰다.
“이건 ‘도삭면’이라는 거야.
기계로 뽑는 게 아니라, 칼로 반죽을 슥슥 깎아내서 만든 거지.
짜장면 면발이랑은 씹는 맛이 정말 달라.”
아빠 말씀이 딱 맞았다.
칼국수처럼 납작한데 훨씬 두툼하고,
씹을 때마다 쫄깃하다가도 어느새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이 정말 신기했다.
국물은 갈비탕처럼 생겼지만 훨씬 더 담백하고 깊은 맛이 났다.
그 속에 들어있는 고기는 또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국물 없는 볶음면도, 불맛 나는 소고기 볶음밥도 정말 최고였다.
아빠랑 나는 얼굴만 붕어빵인 줄 알았는데, 입맛도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아빠는 나에게 초밥의 신세계도 알려주셨다.
내가 연어 초밥을 좋아하기 시작하자,
아빠는 동네 초밥집을 벗어나 차를 타고 더 근사한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가게 벽면에 적힌 ‘프리미엄 회·초밥’이라는 글씨부터 뭔가 포스가 느껴졌고,
벽면에 나무를 붙인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다.
회전 레일 위를 부지런히 돌아가는 접시들 사이에서
아빠가 신중하게 접시를 하나, 둘 내리며 말씀하셨다.
“윤아, 이거 한번 먹어봐.
참치 뱃살이랑 연어 뱃살인데,
먹어보면 깜짝 놀랄 거야.”
나는 아빠가 골라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초밥을 입에 쏙 넣었다.
순간,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고소하고 황홀한 기름진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온몸에 긴장이 탁 풀리면서 어깨가 내려가고,
나도 모르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게 되었다.
나를 쳐다보는 아빠의 눈빛은 마치 ‘어때? 아빠 말이 맞지?’라고 묻는 듯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 입을 열었다.
“와... 아빠, 이건 씹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아이스크림처럼 녹아요.”
나는 신중하게 접시를 고르고 또 골랐다.
어느새 다 먹은 접시가 피사의 사탑만큼 높게 쌓였다.
“아빠, 나 엄청 많이 먹었지?
우리 돈 몇십만 원 나오는 거 아니야?”
“그러게.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잘 먹으니 아빠는 우동으로 배 채워야겠다.”
장난 섞인 아빠의 말에 나는 킬킬대며 아빠가 시킨 우동까지 한 젓가락 뺏어 먹었다.
또 기억에 남는 음식은 양꼬치 숯불구이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붉게 달아오른 숯이 가득 담긴 통과 톱니바퀴가 달린 전용 불판이 등장했다.
“자, 여기 톱니바퀴 보이지?
꼬치에 달린 별 모양을 저 구멍에 딱 맞춰서 끼우는 거야.”
아빠를 따라 꼬치를 홈에 맞춰 끼우자, 기계가 자동으로 꼬치를 뱅글뱅글 돌리기 시작했다.
“우와! 아빠, 이거 저절로 돌아가요!”
“그렇지? 이렇게 하면 고기가 타지 않고 골고루 노릇노릇하게 익는단다.”
아빠는 잘 익은 꼬치를 하나 꺼내 접시 위에 세운 뒤,
젓가락으로 쭈욱 눌러 고기를 쏙 빼주셨다.
“이 빨간 가루 콕 찍어서 먹어봐.”
하지만 붉은 양념 가루와 쯔란 씨앗을 찍어 먹어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으, 이 씨앗 같은 건 냄새가 좀 이상해요. 엄마 화장품 냄새 같아요.”
“그래? 그럴 수 있어. 아빠도 처음엔 못 먹었어. 그럼 무생채랑 같이 먹어봐.”
아빠 말씀대로 아삭한 무생채를 곁들이니 느끼하지도 않고 꽤 괜찮은 맛이었다.
평소에 아빠는 뱃살 뺀다고 엄마가 저녁마다 샐러드만 주시는데,
외식하는 날은 내 핑계 대고 아빠도 맛있는 걸 실컷 드시는 것 같다.
덕분에 나도 좋고 아빠도 좋으니 일석이조다.
다음에도 아빠랑 이렇게 맛있는 것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재미있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