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입김

by 브라이트

“그럼 관둬. 네 마음대로 해.”

그 말이 공기를 가르는 순간,

내 안에서 환하게 타오르던

작은 불꽃 하나가 ‘훅’ 하고 단번에 꺼져버립니다.


방금 전까지 나를 비추던 온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발치에는 시커먼 재만 남습니다.


나는 분명 엄마 앞에 서 있는데,

어둠에 잠긴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엄마는 나를 무심히 지나칩니다.

엄마의 차가운 말 한마디가 내 빛을 꺼뜨렸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요.

나조차 나를 찾아 헤매이게 됩니다.


수학 문제 앞에 앉으면

머릿속 전등이 ‘딸깍’ 하고 내려간 것처럼

생각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방금 설명했잖아.”

독촉하는 그 말들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불빛이 흔들립니다.


‘엄마,

이건 하기 싫어서가 아니에요.

게으른 것도 아니에요.

내 뇌가 너무 지쳤다는 신호라는 걸, 왜 몰라요?’


피아노 앞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악보 위 ‘미’가 갑자기 낯설게 보입니다.


“거기 ‘미’야. 왜 또 틀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내 안의 작은 불빛이 요동칩니다.

분명 배운 음인데
‘미’인지 ‘파’인지 단번에 읽히지 않습니다.

머릿속으로는 간신히 계이름을 찾았는데
손가락은 다른 건반을 짚고 맙니다.


‘엄마,

엄마 앞에서 다시 밝게 반짝이는 내가 되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정말 보이지 않아요?’


“아직도 이걸 틀리니.”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네.”

이 말들은 다시 타오르려 애쓰는 내 작은 불씨 위에

차가운 모래를 끼얹는 일입니다.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지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고 싶습니다.


엄마,

내가 틀리고 서툴 때, 나를 다그치기보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라는 따뜻한 입김을 불어넣어 주세요.


내가 다시 빛날 수 있도록,

“다음엔 될 거야. 엄마는 네 마음 다 알아.” 라고 나를 다독여 주세요.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 마음 깊은 곳엔 아직 아주 작은 불씨 하나가 가쁜 숨을 쉬며 남겨져 있습니다.

그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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